표해록, 조선 선비 중국을 표류하다 - 기행문 겨레고전문학선집 14
최부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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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조선 선비 일본 기행문을 하도 재미나게 읽어
같은 출판사, 같은 시리즈, 같은 옮긴이의 책을 꺼내 읽었다.

일전이 기행문이라면 이것은 엄연히 표류기이다.
한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기보다는 "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하며
불안에 떨며 휘둘러보는 처지다.

또한 '문인'의 감흥이 아니라 행정공무원, 중견정치인이
풍파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고 패닉에 빠진 일행들을 카리스마 있게 대하고
표류지인 당시의 대국, 중국에서도 당당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이
이 글의 감상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 문장 자체의 수려함은 없다.

나는 이런 차이가 생긴 또 하나의 큰 이유를 연륜이라 생각하는데
일전의 글쓴이는 표해록의 최부보다 나이가 곱절이나 많은 노인으로써
오색찬란한 일본 상차림을 보고서도 놀랄 것이 없는 양반이었다.

대신 생에 대한 성철과 끈끈하게 잘 조려진 충정이
그저 검박한 붓끝으로 솟아나온데 반해
서른 다섯의 최부에게는 아직 끓고 있는 충정과 야망,
그리고 파도같은 희노애락의 높고 낮음으로 인해
그전에 느꼈던 흐뭇한 감동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박애와 용서, 통찰과 평정으로 가득찬 글쓴이가 되기에는
결국 세월이란 성실한 관문을 거쳐야 하는 것인가.

(200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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