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윤대녕 지음, 조선희 사진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달을 두고 사막같다는 말을 들은 이래
주인공 '나'의 가슴 속 1할은 언제나 사막으로 메꿔져 서걱거렸다.

VIP 신용카드로도 결제되지 못하는 그 1할의 빚은
책 뒤에서 사진작가 조선희가 사막을 다녀와 회고했듯 "자살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사실 살 수 있는, 살아야 하는 구실이다.

달걀 속 조그만 빈 공간이 있어 위태롭게 약한 달걀껍질이 깨지지 않으며
그 안의 생명체가 모정 없이도 제 스스로 성숙할 수 있는 것처럼
가슴 속 1할의 사막이야 말로 그가 두고두고 회상하며 그리워하며
변명하기 좋은 삶의 이유인 것이다.

돌덩이같은 구근에서 싱그런 꽃대를 피워올린 백합과
차압딱지를 물리치고 녹턴의 연주곡을 울려내는 피아노처럼
그의 사막은 적막해서 작은 소리와 움직임도 도드라져보이고
척박해서 작은 생명력이 더욱 기대되는 생존의 땅, 극복의 땅이다.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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