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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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내내 통화가 안된던데?
으응.. 핸드폰을 깜박 두고 나갔었거든.

할 때의 그 깜박으로, 세상은 두 명의 중학생, 그것도 한 세트가 되어버린
못과 모아이를 깜박했다.

조물주가 아차, 내가 그 애들도 만들었지, 하니까
같은 반 안경잽이까지 다수에 휩쓸려 그들을 없는 사람, 존재해서는 안될 사람 취급한다.

그런 그들을 탁구계는 잘도 찾아내었다.
탁구계는 핼리혜성처럼 순식간에 지구를 접수했고
지구계가 외면한 이들을 단박에 찾아내
결코 인류를 대표할 수 없는 이 둘이 인류를 대표해
훈련받은 쥐와 새와 탁구를 친다.

얻어터지는 게 정기적 일과인 이들은 경기에서 이기고
(사실은 상대선수가 과로사하여 판정승하고)
지구를 포맷하고 새 프로그램을 까는 것을 막는다, 라는 것이
기승전결을 가진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 소설의 전부다.

나머지는 도무지 엄마에게 읽은 책 얘기를 말로 전해줄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하고 무한질주하고 상상력이 폭발한다.

'입담'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거대 우주의 기운이 여겨지는 글폭풍이랄까.
그 발랄함에 세 번 웃었고, 거침없이 읽어나갔고, 은희경의 추천에 혹했으나
내가 동경하는 글쓰기는 아니다.

(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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