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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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가득한 기억을 제스스로 낙태시킨 하진의 몸으로
체온처럼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 조용한 위로가 된다.

내다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 맨발로 나섰다 맨손으로 들어온 하진의 몸에
그의 뜨끈한 맨몸과 맨숨결이 닿아 또 고요한 위안이 된다.

사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어디 애완견 뿐이랴.
살아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머니를 닮지 않은 사향노루라 할지라도
사람을 위로하는 끈질긴 힘이 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도려낸 상처자국은 그 자체가 부재다. 공허다.
한 조각 잃어버린 퍼즐판처럼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채 먼지가 쌓여가고
프로포즈를 거절해가고 한밤중 전화를 받아내고만 있던 하진이
내다버린 피와 고름, 살과 뼈를 엉금엉금 기어가 겨우 보고 오더니
마침내 '한밤 중 그녀'에게 먼저 전화를 걸기에 이른다.

기어이 목도해야 하는가.
기어이 대면하고 바닥을 쳐야만 그 통증을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인생은 잔인한데 잣죽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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