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와이오밍의 카우보이는 자고로
굵게 주름진 얼굴에 눈을 반만 뜨고 딱 붙는 부츠의 박차를 번쩍이면서
말과 자연을 호령하는 미국적 댄디의 전형인 줄 알았다.

11개의 단편들이 마치 이웃처럼 엮여 있는 이 책 속에서 카우보이는
극한의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는 처연한 노동자일 뿐이다.
생명을 앗아사는 폭설과 토네이도, 피와 살을 탐하는 거대한 메뚜기떼,
광기와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거친 자연 속 노동자 말이다.

책을 다 읽자 심지어 하루끼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가 떠올랐다.
지진으로 부서진 고베 사람들의 사연들처럼, 고통들처럼
관광객이 카메라 들고 반나절 체험에 호들갑을 떠는 와이오밍 카우보이의
진짜 생활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기 때문이리라.

동서고금을 막론한, 그 안에서의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식의
질기고 위대한 인간의 운명은 오늘도, 어디에서도
그 굳은 살을 두텁게 하고 있다.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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