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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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이름부터가 이인희다.
귀에 걸리는 발음, 입에 부딪치는 받침 하나 없이
그저 한 학년에 두 세명은 같은 이름이 있어왔을 눈에 띄지 않는 아이.

그 아이가 자라 백화점 관리부서에서 조용조용 숫자를 적어놓고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당뇨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모습에는 천사가 없다.

내 사람같다는 본능에 이끌려 유부남을 이혼시켜 결혼을 하고
유리창을 산산조각내고 전 남편에게 식칼을 던질 때
차라리 그 안에 그녀를 돌보고 사랑하며 이끌어지는 천사가 엿보일 따름이다.

그 천사는 흙 속에서, 잿 속에서도 날아올랐고
그녀 스스로 하늘거리는 흰 블라우스 날개옷을 영영 입을 수 없도록
앞뒤판을 꿰매버릴 때도 빛을 내뿜어 그녀를 충만케 한다.

평화 아닌 체념, 희생 아닌 자포자기는 여자에게나, 누구에게나 악마다.
기어이 참아낼만큼의 고통을 지속시키는 지옥이다.

자신 안에 머문 천사의 속상임을, 천국으로의 이끌림을 무시하지 않겠다.
수호천사가 이끄는 나의 행복을 쟁취해나가야 하기에.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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