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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헝클어진 크레파스 때문에 화를 내는 샘이 자폐아라면,
우리는 모두 자폐어른, 자폐부모, 자폐지구인이다.
정돈된 크레파스보다 덜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 욕심만큼 덜 갖춰져 있고, 덜 채워져 있다고 해서
우리는 늘 화내고 초조해하고 고립을 자초한다.
사회적 인정, 생활비,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미용을 위한 건강 등에 대해
항상 걱정하며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런 자폐어른들에게도
고틀립 박사의 '전신마비 끝에도 살아남은 엄지손가락의 감각'처럼
책을 읽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다치지 않은 영혼'은 있는 모양이다.
망상처럼 헛된 잣대, 편견, 욕심, 편집된 기억들을 몰아내고
고요히 내 안의 나를 찾아 들어가 본다.
크레파스보다도 명분없는 것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충동질해댈지 모를 일이나,
자폐어른들이 헛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바로 그때를 위한 여행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