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엘료의 이전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덜 긴장한 채 독서에 몰입했을 것이다.
거장의 책을 받아든 나는 그의 영혼적이고 우주적인 문장들의 은유가 무엇일까,
신경쓰는 바람에 도통 소설 속 공간 이동에 온전히 빠질 수도 있는 지경이었다.

중간을 넘기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구어체로 쓰여진 생활소설보다도 글에는 은유와 이면의 뜻이 없다.
코엘료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성대가 아닌 온몸으로 울음을 우는 것처럼
온전한 사랑을 말하기 위해 말 그대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코엘료가, 그러니까 아테나가 사랑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사랑일 뿐이다.
불순물, 추측, 해석, 조건 등이 가미되지 않은
땅에서 나고 물에서 길어낸 순수 그 자체의 사랑 말이다.
기술, 복합, 양적 팽창과 지식이 곧 선이자 미가 되는 남성성의 세상에서
자비, 사랑, 더불어삶, 평화 같은 화두들은 늘상 철딱서니없거나 멍청하게 순박하고,
심지어 지나치게 과격한 것이라고 지적받아왔다.

이런 시대를 보아 넘기기 힘든 절박함으로, 작가는 어렵게 어렵게 펜을 들었을 것이다.
세상이 꼭 그만큼 부드러워졌기를, 바라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