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쫓기는 일상, 팍팍한 삶에 회의가 느껴질 때 사람들은 문득 '나'는 누구이고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몇년전부터 서점가와 방송가에도 강하게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깊은 사유로 인간과 삶의 본질을 고찰했던 철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현재의 내 앞에 닥친 문제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철학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서른 세가지 저자의 질문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고 스스로 대답해 보기도 하면서...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해 온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보았을 질문,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일으키거나 논의를 일으킨 33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동서양 철학자들의 입장과 생각을 근거로 들어가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철학자 뿐 아니라 기독교나 불교 등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고, 어떤 해법이나 답을 내리는지도 함께 저술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타 종교의 가르침이나 철학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윤리나 사회문화 과목을 공부하면서도 고민했던 '역사는 발전하는가'와 '정의로운 이상 국가는 가능한가'에 관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학생 때는 교과서의 압축적인 설명으로 '이러한 이러한 견해가 있다' 정도로만 알았던 내용을 좀 더 심도 있게 알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각 주제마다 글이 짧아서 읽기가 쉬운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심있는 주제에 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되었다. 물론 33개 각각의 주제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뒷 질문이 앞 질문과 연결된, 혹은 확장된 질문인 경우가 많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철학자들과 다양한 사상을 접하는 재미도 있지만, 독자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덧) 질문의 본질과는 큰 연관은 없었지만 인상적이었던 부분 두 구절 50쪽 종교에 관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기도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기도란 불완전하고 유한한 인간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한발 다가각는 자기반성, 자기 구성 및 자기성찰의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 입시를 앞둔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식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매일같이 온갖 정성을 다해 빈다. 이런 행위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부모의 자아는 부모보다 더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식의 견고한 자아를 소망하는 것이다. (...) 기독교든 불교든 모두 완전하고 절대적인 나와 자식의 자아를 소망한다. 그 소망의 밑바탕에는 자아가 불변하고 견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에는 자아를 굳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나 충동이 깔려 있다. 97쪽 공부하는 데 있어서 나의 가장 나쁜 면이 무엇인지 아는가? 너무 많이 읽는 것이었네. 남의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까 결국 나 자신의 생각이 모자라서 논문이나 책을 쓰지 못한 것 같네. 자네는 좀 덜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게나. -정석해 선생님이 저자에게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