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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돌내낭 - 살이와 여행 사이
김윤양 글.사진 / 네시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제주에서 혼돌내낭 -김윤양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관광이 아닌 치유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휴양지이자 관광지인 제주도. 저자는 일로인해 50점짜리 엄마의 삶을 살다가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또 그 자신의 휴식을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2박 3일, 5박 6일이 아니라 한 달을 '살러' 간 것이다. 제목의 '혼돌내낭'은 제주말로 '한 달 내내'라는 말이라고 한다.
일로 인해 제주도는 수십번 가보았던 그녀였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제주도의 삶은 특별하다. 숙소를 구한 후에, 한 달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장을 보며 식사를 차리고, 아이들과 도서실에 간다. 제주도의 바다, 산, 체험마을, 박물관, 관광지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충분하지만 머무는 기간동안 숨가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책도 읽고 방학숙제도 하면서 매일 근처 바닷가에서 놀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며 여유 있게 둘러본다. 제주도의 도서관을 이용하 기위해 한 달 간 제주도로 전입신고도 한다. 또 비슷한 이유로 제주를 찾은 한달살이 가족들과 속 얘기도 나누고 어울리며 이웃처럼 지내기도 한다. 살이와 여행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제주도 곳곳의 아름다운 곳, 감동 받았던 순간을 되뇌이는 그녀의 그 속에는 항상 가족이 있다. 한 달 살이를 결심하게 된 계기이자 이 선택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채우는 것은 두 딸의 모습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며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모습. 세 숟가락만 먹고 숟가락을 놓던 입 짧은 아이가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먹을 때, 무릎 깊이도 오지 않는 물에 들어가기도 두려워하던 아이가 튜브를 던지고 물속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으로의 변화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내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흐뭇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제주도라면 계절을 달리하여 서너번쯤 가보았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고 가보지 못한 보물 같은 장소가 많이 소개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당장이라도 제주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하고,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부동산 매물을 찾아보기도 했다.
전문 여행서적이 아니라 어둡고 선명하지 않은 사진들이 많지만 솔직하고 소박한 사진 너머로 제주의 아름다움이 전해졌다. 가고 싶은 곳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며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20개가 넘게 한 가득 붙어 있다.
누구나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사실상 직장 때문에, 아이 학교 때문에, 텃세가 두려워서 등등의 이유로 매번 좌절했다면 저자처럼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서, 직장의 연가와 휴가를 최대한 붙여서 좀 더 길게 머무르며 제주살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그들의 일상과 같은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우리나라이지만 우리나라 같지 않은 제주도에서 그런 여행을 해 보는 것도 특별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말이 잘 통한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책장을 넘길수록 줄어만 가는 분량이 아쉬울만큼, 읽는 내내 설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