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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낮잠을 잘 때 ㅣ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3
이순원 글, 문지나 그림 / 북극곰 / 2015년 6월
평점 :
왜 모든 일은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일어날까?
'어머니의 이슬털이'와 '어치와 참나무'로 감동을 주었던 이순원 작가의 글을 그림책으로 옮긴 세 번째 책 '엄마가 낮잠을 잘 때'가 나왔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의 글이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주말의 한가로운 낮으로 보이는 때, 세 가족의 일상적인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엄마가 남편과 아들에게 얘기한다.
"낮잠 한 시간만 잘게요."
라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엄마를 찾는 전화가 온다.
잠깐 사이인데도 멀리서 연락이 오거나 엄마를 바꿔줘야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궁금한 것들도 많아진다.
내가 찾는 물건은 어디에 있는지,
지난 번 얘기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묻게 된다.
아들도 남편도 엄마이자 아내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묻고 깨우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질문은 참 사소하다.
청바지가 어디에 있는지, 라면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책을 읽다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깐 시장에라도 나가시면
평소에 잘 오지도 않던 엄마 친구분의 전화가 오거나 친척분들이 전화하셔서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묻고는 하셨다.
물건을 찾을 때, 궁금한 것이 생길 때 온 가족이 물어볼 곳은 엄마밖에 없다.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살림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우리가족 누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는지까지... 엄마를 통해서 답이 술술 나오곤 했다.
이 책은 아이로서는 '신기한' 상황을(엄마가 낮잠을 주무실 동안에만 마침 엄마를 찾을 일이 많아지는), 어른이 된 입장에서는 집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계신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끔 한다.
일반적인 아동 도서의 그림과는 다른 개성있는 그림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빨간색, 초록색, 흰색 등으로 밝고 싱그럽고 선명한 색상도 눈에 들어오고, 음영이 있지만 평면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 전화가 오는 장면과 집의 단면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모습이 한 장면으로 묘사되는 그림은 약간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는 듯도 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한 화면에 함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숲과 강이 펼치진 초원에서 침대에 잠을 자고 있는 엄마, 아빠가 그린 엄마의 초상화가 나무에 걸려 있고, 기구에 남편과 아들,고양이가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초현실적이며 환상적이다.
마치 꿈 속의 장면을 재현한 듯한 느낌이다.
뜬금없이 날고 있는 배트맨과 숲속에서 손을 흔드는 커다란 생쥐도 그림을 꼼꼼히 보다보면 앞 장면과 뒷 장면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기구 그림 또한 책의 표지부터 시작해서 그림이나 창문 등으로 거의 매 장면마다 나오고 있다. (그린 이의 분명한 의도가 드러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공감하며, 따뜻하고 재미있게 글 위주로 읽었다면
그 다음에 볼 땐 그림 하나하나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며 보게 된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진 않지만 숨은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내는 듯한 묘미가 있다. 아이와 함께 읽었을 때 물건을 찾거나 이야기를 나누기에 참 좋을 것 같다.
'엄마는 우리집이라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마지막 말도 인상적이다. 이 책 전반을 걸쳐 나타나는 주제이면서 강요되지 않은 따뜻함이 있다.
두고 두고 보고 싶고 다시 봐도 행복해지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