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공간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기에, 공간의 모습과
분위기는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을 나타내어 주기도 한다. 깔끔하고 심플한 것을 좋아하고 청소를 귀찮아하는 나는 잡다한 물건은 서랍에 넣고, 가급적
뚜껑이나 문이 달려 있는 수납함을 선호하며, 가급적 물건은 바닥에 놓지 않고 벽에 걸려고 하는 편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 하거나
다른 사람의 집 사진을 보면서 나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일지를 추측하며 그 사람의 취향을 짐작해 보거나 나와 성격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도 한다.
사람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듯이, 집의 모습도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래서 나에게 모든 '집'이라는 공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처럼 설레기도 하고 자세히 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똑같은
소파와 TV의 위치이다 하더라도 어떤 색깔의 소파와 쿠션을 놓았는지, TV주변이나 소파 뒤 벽에는 어떤 장식품들이 있는지는 저마다 다르다. 대강
보면 비슷해보여도 세세히 살펴보면 모두 다른 사람들처럼...
이 책은 나만의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기 좋아하는 저자
슬로우어가 자신의 공간을 꾸민 방법을 공유하고, 소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소품이 그 사람의 취향을
분명히 드러내어주는 것이며 변화를 주기 좋다고 생각한 인테리어의 요소라고는 생각했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소품은 사실 인테리어의 마지막
단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소품은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첫 공간꾸미기였던, 유학 후 돌아온 내 방
꾸미기의 경험과 실패(?)를 통한 경험을 공유한다. 예쁘다고 차곡차곡 모았던 소품들이 놓여진 공간과 어울리지 않아서 그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말이다. 나는 인테리어 책을 종종 읽는 편인데, 대부분은 공간의 전체 분위기와 톤을 조절할 색깔을 정하고, 큰 가구를 먼저 배치한 후
강약을 주거나 포인트가 될 작은 소품을 매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었다. 그래서 저자의 이런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반면에 일견 동의가 되기도
했다.
마음 먹고 집을 다 뜯어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벽지나 큰
가구들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반면 적은 금액으로 나의 취향을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소품들은 자주 바뀌기도 하고, 쉽게 바꿀 수도 있다. 기존
사고방식에서는 소품이 공간의 포인트를 주는 요소로서 기능한다면, 슬로우어가 말하는 소품은 공간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이 아닌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라는 주연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이를 잘 어울어지게 하고 돋보여줄 수 있는 전체 배경을 나중에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소품의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곳이기도 하며 즐겨찾는 네이버밴드
'꿀하우스'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간 사진이 나온다. 그런데 다른 인테리어 책이나 잡지, 블로그 글 등과 차별을 보이는 것이 있다면 꿀하우스에는
대부분 집 전체의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나오게 된다면 보통 오피스텔이나 원룸으로 추정되는 작은 공간이다. 나는 하나의 방 또는
거실 등 적은 수의 혹은 작은 공간의 사진을 보며, 이는 아직 큰 집을 마련하지 못한 젊은 층이나 신혼부부, 혹은 부모와 아직 함께 살고 있는
성인 자녀, 전세나 월세 등 임대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어렵지않게 따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보통 멋진 인테리어로 소개된 집들은
거액을 들여 전문 인테리어업체에 리모델링을 맡긴 사진, 3-40평 이상의 확장된 큰 아파트, 비싸고 고급진 가구, 짜 맞춘 가구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압도되기는 할 지언정 와닿지는 않았다. 반면에 꿀하우스에 소개된 사진은 작은 가구들의 배치, 특색있는 소품이 돋보이는 사진이 많아서
개성도 있고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실 진정한 내 소유가 아닌 공간(부모님 댁, 임대주택 등)에 큰 돈을 들이거나 집
전체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방 하나 정도는 나만의 스타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