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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불완전한
이충걸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표제작 '완전히 불완전한'의 모든 등장인물에는 이충걸이 스며 있다. 저자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전의 저작물들을 보며 유추한 그의 성정이 본 적 없는 인물들에게 그대로 투사된 듯했다. 저자는 분명 섹스광은 아닐 것이다. 애주가는 시간이 나면 이성보다 술을 더 탐하기 마련인데, 그가 내로라하는 애주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완전히 불완전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육체적 관계를 볼 짝이면, 매우 놀랍다. 여주인공이 아빠 친구와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는 기분이 꽤 흥건해졌다. 이십대 초반 여자의 심리와 생리와 대해 매우 정확히 간파하는 데에선 여러 의심(?)이 솟구치기도 했다. 의심의 전제는 '해보지 않고서야...'였다.
세 번째 작품 '우주인'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산도 아니고 사산이라는 흔치 않은 일을 마치 직접 겪기라도 한 듯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에서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저자가 중년의 남자라는 떠올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 그가 여전히 미혼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또 한 번 깊은 의심이 들었다. 상황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그리는 데서도 매우 탁월해, 이것이 과연 연륜과 상상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 안 해본 일일 텐데 어쩜 이렇게 해본 것처럼 썼을까?'라는 의문이 뭉게구름이 될 무렵, 그것이 곧 소설의 본질이라는 늦된 깨달음을 얻었다. 안 해본 일을 마치 해본 일인 양 그럴싸하게 그려내는 것, 해보지 않았기에 생겨난 헛점은 탄탄한 얼개로 막고, 그래도 남는 여지는 상상으로 채우는 것, 그게 소설 아니던가.
오랜만에 소설의 본질과 재미를 느꼈다. 짜릿하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