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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난해한 척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독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독설이 가벼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미술에 대한 안목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그가 탓하는 것은 어느 오브제의 재료가 시장이나 가구점에서 사면 얼마나 하는가 하는 장사꾼적 시각이다.
이 책을 읽고 평론계의 서로 치켜 세워주기를 생각해 본다. 촌평이라는 명목이든 비평이라든 명목이든 사실 말만들어 의미 부여하기가 다인 그런 글쓰기들.
그런 '말만들기'의 예를 이 책에서 정말 재미있게 지적하는 예 하나. 다음의 말을 읽고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보라.
1. '태아에 근접하는 파괴 계수의 폭발을 예고하는 기하학적이고 몽유병자적인 의식의 형태'
2. '멜로디의 과잉에 대한 시각적 거리로서 스케치된 흔들리는 진테제'
답 : 1. 부풀어 오른 콘돔
2. 뒷면에 작가의 사인이 있는 텅 빈 캠퍼스
1년 전에 클레의 그림을 담은 독일의 바우하우스에 대한 비디오를 구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며 그 그림에 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가 비판하는 대상은 클레나 르네의 그림이 아니라 그 아류작일 뿐.
이 작가는 그 비평능력에 대해 많은 의심을 받았나 보다. 뒷장에 그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몇가지 평을 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글하나를 인용하고 여기에 맞지 않으니 잘못된 그림이다 라는 전개는 글을 끝까지 읽게 해주는 코미디다.
좋은 그림책을 하나 가지는 가치는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