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 예하 / 1990년 9월
평점 :
절판


성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자유일 것이다. 마음의 모든 조작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무한한 공간이며 해방. 우리 마음속에 어떤 규율이 없을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자신의 내부에서 번져 나올 수 있다. 이런 정치적인 것도 아니며 권력적이지도 않은 변화는 우리에게 단지 '반항'같이 보일 뿐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좀 더 본질 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 거야. 좀 더 작은 것인 상냥함, 서로 아끼는 마음 그런 거란 말이야. 우리는 세상의 다른 놈들과는 다른 차원에 살고 있으니까 서로가 더 아끼자는 거야'

류와 릴리의 동료들은 흑인들을 불러 함께 그룹섹스를 하기도 하고, 마약, 밴드 공연에서 벌거벗고 춤추기, 지하철에서 여자 옷째기(마무리로 다같이 침뱃기) 등등 사회에서 이탈된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사회에 얽매어 있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고 진정하게 자유롭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종의 용기를 헛된 방황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해탈의 키치로서 '인도'가 있는 것처럼 그러한 추구는 각종 충동적 행위로 드러나게 된다.

즉 자기 삶에 있어서의 자유를 위한 변화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에서 찾을 수 없기에 차라리 외부 환경이 바뀌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과 미사일이 갑자기 폭발하기와 같은.

'그래서 미사일을 향해 마음속으로 소리치는 거죠. 폭발하라고 제발 폭발해 달라고.'

그런 키치적 방황이 아니라 어떤 진정함으로써의 자유는 '새'의 이미지로 류에게 나타난다.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를 죽여야 하지만 한순간에 투명해져 버리는 그런 우아한 곡선을 가진 새를 류는 항상 바라고 있다.

'나는 지면에 엎드려 새를 기다렸다. 새가 날아와서 따뜻한 빛이 이곳까지 와닿으면 길게 뻗은 나의 그림자가 그 회색빛 새와 파인 애플을 감쌀 것이리라.'

일본의 사소설 전통에 대한 상식이 없다면 소설 초반에 일어나는 온갖 성적인 묘사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예를 들어 유미리 소설을 둘러싸고 일어난 평론가 이광호와 한기(문예중앙)가 벌인 논쟁같은 경우, 한기 같은 경우는 유미리 작품에 대해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론이나 들이대고 있으니 웃기다 못해 한심할 지경이다.

하루끼보다는 가벼운 글을 쓴다고 생각되지만 특유의 신비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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