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
다나카 미쓰 지음, 조승미 옮김 / 두번째테제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 일본의 여성해방론 이른바 '우먼리브론'에 대한 내용. 


<나의 1960년대> 읽으면서 도쿄대 전공투들의 '자기부정론'에 엄청 감명 받았었는데, 이 시기 여성해방운동을 했던 다나카 미쓰가 여성이 항상 부정당해온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왔는데, 뭘 또 자기부정해야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걸 보고, 또 완전 공감해 버렸다. 


일본의 우먼리브 운동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우먼리브와 관련된 책도 처음 읽어봤다. 그보다 다나카 미쓰의 통쾌한 글쓰기가 너무너무 시원한 책이었다. 음... 굳이 비교하라면 한국의 <오빠는 필요없다> 같은 느낌? 전공투 이후에 운동권에서 느꼈던 젠더차별에 대한 폭로와 비판도 많다. 


대학에서 <세계 여성운동의 역사> 이런거 교양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있을까? 그럼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이런 책도 여러 여성 동지들과 같이 읽으면 신나서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이주혜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년만에 시를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에서 낸 일본군'위안부' 관련 명부 분석 연구서이다. 비매품이라고 해서 개인은 받을 수 없는 줄 알고, 없는 도서관마다 신청하고 있었는데, 오늘 알라딘에 들어와서 검색해보니, 중고도서에 팔고 있다. 연구소에서 비매품으로 나눠준 것을 10,000원, 15,000원이나 받고 팔다니!!! 하고 화가 났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당장은 재택근무라 알 수 없고 내일 알아보고 전화준다고 한다. 제발 나한테 올 한권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술술술 읽히는 역사책?이라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재미도 있었다. 선생님들이 탐정처럼 명부들을 비교검토 하고 증언이랑도 교차 비교해보고 했을 생각을하니까, 논문 한줄한줄이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닌게 느껴졌다. 역사 논문은 표에 칸 하나 채우는 것도 수많은 자료들 위에서 가능해지는 것들인데, 선생님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보론에 강정숙 선생님의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위안부' 관련 명부 연구>는 논문이라기보다 기록에 가까웠다. 연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정대협과 연구자들이 어떻게 맨땅에 헤딩을 해 왔는지가 기록되어 있었다. 탐정처럼 이름 하나를 갖고 온갖 자료와 관공서를 돌고, 찾아낸 실제 피해자와의 에피소드, 오키나와 현지조사를 하러 갔을 때 피해자인듯한 분이 생존해 계셔서 찾아가려고 하니, 우라사키 선생님의 "그분을 만나서 어쩌자는 건데?"라는 질문에 연구자로서의 윤리와 반성적 성찰을 하게 되었던 에피소드가 감동이랄까... 뭔가 여성 연구자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조금이라도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연구를 하시면서 이런 기록들도 많이 남겨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민기금 관련한 회상 중에는 이런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당시는 한일간에 국민기금이라는 것을 매개로 찬반 공방이 오갔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사업에 양측 모두 진지함이 있었다. 이 때문에 NHK에서 필리핀 명부 조사를 기획할 수 있었고, 연구소에서 조사사업을 수용한 것도 그 진지함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1990년대 중반의 한일간의 갈등과 의미를 다시 독해해보면, 현재의 한일간의 갈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미래 전망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192-193)


NHK는 전범법정 방송 왜곡하고 관련자들 해고시켰었는데, 이부분에 대한 자세한 맥락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이 부분에서는 '진상규명 사업에 양측 모두 진지함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강정숙 선생님이 감각하고 판단했던 어떤 것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은 한일간의 정치게임처럼 생각 하게 되어버린?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정부의 지원도 없던 시기부터 어떤 조명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연구해온 여성 역사 연구자들의 묵묵함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진화하는 페미니즘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의 단호한 문장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본문으로 읽을 수 있었다.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에 대해 이렇게 부지런하게 문제제기 하고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말하기‘의 의미투쟁
제2물결 페미니즘이 일어난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여성해방운동가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싸워왔다. 이를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제도를 만들었고, 개인의 심리적 문제부터 사회문화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모든 저항의 시작은 언어적 틀을 새롭게 짜는 것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행위로 인식됐기 때문에 이것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붙이기가 필요했다. 동등한 힘을 가진 두 성인 사이의 갈등처럼 보이는 ‘부부싸움‘이라는 명칭 대신 분명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아내 구타‘라는 이름을 쓰는 것, 낯선 사람에 의한 갑작스러운 성폭력만을 강간으로 인정하는 문화에 맞서 부부 강간 혹은 데이트 강간 등을 통칭해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라는 용어를 발명한 것 등은 이 같은 운동 전략으로부터 나온 결과였다. - P212

말하기대회의 언어는 여전히 완전히 해석되지도 이해되지도 않은 경험을 모순과 분열 속에 겪는 피해자 고통의 현재에 대한 말이다. - P218

나는 강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성범죄자의 활력과 에너지, 권력이 생성되는 바로 그 지점을 제거하는 것이 ‘진짜‘ 거세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용석에게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여 토론대회에 나간 여대생과 아나운서에게 성희롱할 수 있게 한 에너지와 권력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 친족 성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친권을 빼앗는 것, 취업 상담을 핑계로 제자에게 술을 먹이고 노래방에 데려가 강간하려는 교수를 해임시키는 것, 그런 것이 ‘진짜‘ 거세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남근은 하나의 은유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만약 김수철과 조두순에게 남은 특권이 오직 남근 하나라면, 우리가 거세해야 할 것은 그의 남근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남근에 집중된 상징적이고도 사회적인 의미를 제거해야만 ‘진짜‘ 거세에 성공할 수 있다. - P263.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다 읽고 나니 나쁜놈은 1명 뿐이잖아?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엄청 막장 아침드라마다. 


그래도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니까(ㅠㅠ), 읽으면서 어떤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것은 주인공이 병원 원장이라는 것. 그리고 이 소설이 1960년 발표된 것.... 내가 찾을 수 있는 실마리는 이것 뿐이라서, 일본 의료 관련해서 찾아보았다. 


일본은 의약분업 개시 초기에 약사  수가 부족하기도 하고 의사회가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어서 불완전 분업이었다. 전후 미군정의 권유에 따라 53년에 의약분업법을 만들려고 했는데 의사회의 지속적인 반발로 1955년 완전분업에서 임의 분업의 형태로 지금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또한 1961년에는 국민개보험제도를 실시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이 소설을 쓸 때 영향을 주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의사가 '생명을 지켜주는 존경받는 선생님'으로서보다 돈이나 욕망을 더 추구하고 중요시하는 사람으로의 이미지 전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한국에서도 의약분업 데모가 나같은 사람한텐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