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진화하는 페미니즘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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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단호한 문장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본문으로 읽을 수 있었다.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에 대해 이렇게 부지런하게 문제제기 하고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말하기‘의 의미투쟁
제2물결 페미니즘이 일어난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여성해방운동가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싸워왔다. 이를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제도를 만들었고, 개인의 심리적 문제부터 사회문화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모든 저항의 시작은 언어적 틀을 새롭게 짜는 것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행위로 인식됐기 때문에 이것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붙이기가 필요했다. 동등한 힘을 가진 두 성인 사이의 갈등처럼 보이는 ‘부부싸움‘이라는 명칭 대신 분명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아내 구타‘라는 이름을 쓰는 것, 낯선 사람에 의한 갑작스러운 성폭력만을 강간으로 인정하는 문화에 맞서 부부 강간 혹은 데이트 강간 등을 통칭해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라는 용어를 발명한 것 등은 이 같은 운동 전략으로부터 나온 결과였다. - P212

말하기대회의 언어는 여전히 완전히 해석되지도 이해되지도 않은 경험을 모순과 분열 속에 겪는 피해자 고통의 현재에 대한 말이다. - P218

나는 강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성범죄자의 활력과 에너지, 권력이 생성되는 바로 그 지점을 제거하는 것이 ‘진짜‘ 거세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용석에게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여 토론대회에 나간 여대생과 아나운서에게 성희롱할 수 있게 한 에너지와 권력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 친족 성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친권을 빼앗는 것, 취업 상담을 핑계로 제자에게 술을 먹이고 노래방에 데려가 강간하려는 교수를 해임시키는 것, 그런 것이 ‘진짜‘ 거세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남근은 하나의 은유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만약 김수철과 조두순에게 남은 특권이 오직 남근 하나라면, 우리가 거세해야 할 것은 그의 남근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남근에 집중된 상징적이고도 사회적인 의미를 제거해야만 ‘진짜‘ 거세에 성공할 수 있다. - P26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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