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검은 안개 - 상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검은 안개>1960<문예춘추>1월호부터 12월호에 걸쳐 연재된 것이라고 한다. 1960.... 일본은 신안보조약 성립, 한국은 4.19, 로마에서 올림픽도 하고 열강들이 여기저기서 핵실험을 하는가 하면, 미국에선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해였군. ㄷㄷㄷ

      

시모야마 국철 총재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나카무라 마사노리의 <일본전후사>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자세한 르포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의 패전직후를 다루는 만화책에서도 미스테리처럼 자주 나오는 사건이다. 그냥 국철 총재가 미스터리하게 죽었나보다 정도 알고 있었는데, 세이초의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시모야마 국철 총재가 국철 총재가 된 배경이나 이후의 기업가들이 이 죽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같은 것도 알 수 있었다.

      

쭈욱 <일본의 검은 안개>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냉전서사가 스파이물이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냉전을 하는 두개의 거대한 세력이 파워게임을 하면서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과 죽음들이 <일본의 검은 안개>에 있었다. 아마도 세이초의 머릿속에는 세상의 일들이 대부분 스파이 서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007 같은 스파이 영화에 왜 꼭 다이아몬드가 나왔는지도 추측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이아몬드 같은 것들이 군사자금으로 쓰였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일본의 검은 안개>는 점령기에 있었던 열두 가지의 사건이 모두 GHQ를 가리키고 있다. 역시 그 중에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추방과 빨갱이 사냥> 부분과 <모략 한국전쟁>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빨갱이 사냥은 말 그대로 제노사이드였는데, 일본에서 빨갱이 사냥은 해고와 블랙리스트로 일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후자도 제노사이드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한국의 빨갱이 사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4.3이랑은 그 감각이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사회주의자들을 이용해 전범과 우익들을 처벌하고, 해고한 뒤 5년도 되지 않아 다시 그 경찰과 군인들을 채용해서 GHQ 입맛에 맞게 일을 시켰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냥 한국에서 친일파를 그대로 채용하고 운영했던 것에 약간을 시차를 뒀을 뿐이었네. 아이고 한숨 나와.

 

한국전쟁 부분에서 일본인들이 어떻게 한국전쟁에 기여했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한국의 일본인 부대의 존재와 국적과 이름까지 바꿔가며 일본인들이 한국 부대에 참가했다고 하는 내용은 이거 믿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몰랐는데 51년 한창 한국전쟁 중에 맥아더가 해임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맥아더의 생각대로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면 전쟁은 어떻게 돌아가게 됐을까? 아마 한국전쟁이 아니게 되었겠지. 그저께 오키나와의 활동가들이 오키나와 서쪽의 작은 섬들에 미군의 무기가 배치되고 있어서 정말 중국과의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표명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지금이 7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려나...

 

세이초는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GHQ 점령기라는 검은 안개로 가리워진 시기, GHQ와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는 듯했다. 점령기에 원인을 모른 채 살해당한 사람들과 모습을 감춘 사람들과 한국전쟁은 냉전과 미국의 영향, 그 아래에 있는 일본이라는 서사는 역시 가해자의 서사를 쫓는 추리소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애초에 38도선이 식민지 처리를 위해서 그어졌다는 것을 세이초는 너무나 간결하게 쓰고 넘어가는데, 그에게도 역시 식민지/식민주의의 책임에 대한 인식은 역시 1도 보이지 않는다. 짱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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