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쟁 - 가해자는 어떻게 희생자가 되었는가
임지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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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알려진(물론 그 전에도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대학내 성폭력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약했던 그가, 2000년 여성 국제전범 법정의 남북공동 검사단의 한명이었던 그가, 성폭력 가해자였음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하는가...박원순의 업적이나 일을 말하는 글에 각주를 달아서 '그는 성폭력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것을 끊임없이 밝히는 것이 방법이 되려나? 


성희롱과 갑질 논란이 되었던 소설가 박범신은 그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박범신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과 관계 없는 성폭력 사건 이후 작품과 관련된) 논문이 새로 나오고, 일본군 '위안부' 관련된 책도 나왔다. 


<외딴방>의 작가로 늘 상찬되던 신경숙도 표절한 작품이 발각되고 '절필'(?)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창비에서 온라인 연재를 하고 있었네? 


<기억전쟁>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다시 기억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반성적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유럽의 역사 속에서 가해와 피해, '기억'과 '책임'에 대한 사례들을 알려준다. 이 책 읽으면, 세계의 근현대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같은 사람들은 시야가 확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많은 몰랐던 사례들과 지식들을 알게 되었고 내 주위의 사건과 기억에 적용해 볼 수 있어 재밌고 놀라운 책이었다. 다만, 이 글들을 네이버의 어딘가에 연재했던 것이라 그런지, 각주가 하나도 없어서 찾아보고 싶은 정보들을 찾아보기 어려워 읽을 때 너무 괴로웠다. 하나하나 각주 달면서 서술했으면 이렇게 술술술 넘어가는 책이 못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계속 으악.... 각주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앞에 내가 언급했던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사람의 위치가 어디여야 하는지와 관련해 <기억전쟁>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례들을 통해 사유의 팁을 던져준다. 


이 사건 모두 신문과 티비에 나온 일들로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저 가해자가 나오게 된 구조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승인하고 전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가해자로서 저들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공적 업적과 사적인 인정을 나누어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분리하거나, 비윤리적인 창작 방법을 동원하거나 동원 되도록 승인한 출판에 구매를 통해 나도 어느 정도 기여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저 사건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과 괄호 속의 말이 분열하고 흔들리는 상태..... 이 상태야말로 윤리인 것은 아닌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물론 이것도 이른바 '당사자'가 아닌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르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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