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늦지 않았다 - 마쓰모토세이초, 반생의 기록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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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지 않았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었다. 왠지 힘이 나게 하는 문장인 것 같아서.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을 왜 <아직 늦지 않았다>로 지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원래 제목은 그냥 <반생의 기록半生の記>이구만.

 

제목을 봐도, 그리고 41세에 등단한 늦깍이 어쩌구라는 출판사 쪽의 홍보나 설명을 봐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작가가 어떤 고난을 거쳐서 위대한 작가가 되었는지와 같은 출세기나 성공기를 기대하면서 읽을 듯하다. 그러나 아마도 세이초는 자신의 반생이 그렇게 읽히길 바라지 않을 것 같다. 책의 막바지에도 나오지만, 출판사 쪽에서 작가로 데뷔한 부분까지 써달라고 했는데 자신은 '처음부터 문학에 뜻을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에 대해서는 쓸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책에는 작가가 된 이후의 자서전은 좀 더 작가생활을 하고 쓰겠다고 쓰여져 있는데, 실제로 썼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마츠모토 세이초가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과 생계, 가족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대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마음을 졸여가며 돈을 벌었던 때를 기록할 때는 그 마음 졸임이 읽는 나에게도 전해졌다. 신문사 광고계의 도안가일때 무시했던 사람들, 소설이 당선되고 유명한 소설가를 찾아갔을 때 은근히 무시했던 문학청년들에 대해서도 쓰고 있는데, 세이초는 그 사람들이 싫었기 때문에 교류를 끊거나 만나지 않았다고 쓴다. 증오와 분노는 그런 사람들이랑 계속 만날 수밖에 없을 때 일어나는데, 세이초는 아예 그런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책 표지 뒷편에 쓰여진 "돈도 학벌도 희망도 없이, 인쇄공에서 도안가로 그리고 결국에는 작가로 거듭난 불굴의 늦깎이"로 해석되고 홍보되는게 맞는지 나는 모르겠다. 세이초는 오히려 살아내기위해 글을 쓴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 기록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태평양전쟁 때 조선의 전라도 정읍에 군인으로 와 있었고, 일왕의 패전 옥음?방송을 직접 들었던 때의 장면이었다. 라디오를 군인들이 둘러싸고 방송을 들었는데도,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패전했는지, 항복했는지도 몰랐던 장면이 영화처럼 쓰여져 있다.

 

일본으로 인양된 후 빗자루 장사를 했을 때 전국을 기차를 타고 이리저리 오갔던 기억을 적은 부분은 마츠모토 세이초 소설에 자주 나오는 기차 시간과 노선을 활용한 추리가 이런 경험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재미있었다. 미군부대의 탈영 사건과 관련된 경험도 마츠모토 세이초 추리 소설의 배경이되거나 항성 언급이 되는 미군주둔 시기에 대한 관점이나 재현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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