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로 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전혜선 옮김 / 모비딕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올해는 매달 한 권씩 마쓰모토 세이초를 읽기로 계획했다. 1월에는 <동경제국대학>, 2월에는 <범죄자의 탄생>을 읽었다. 3월에는 도서관이 문을 다 닫아서 사 읽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드라이브 스루 대출을 해주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3월이 거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을 때쯤에 <역로>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 즈음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크게 보도되기 시작했다. 나도 sns와 티비를 통해 분노하면서 계속 n번방 성착취 보도를 보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도 이 사건을 취재하고 방영했다.(내가 본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내용을 하나하나 다 보기가 너무 힘들다.)

 

야튼 이걸 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의 생애와 사건의 정황이 계속 나왔다. 사건은 '그래서' '요래요래' '그 결과' '벌어졌다' 처럼 항상 완결된 서사가 되었다. <역로>의 여러 사건들과 이야기들도 다 이런 완결된 서사가 되었다. 범인이 어떤 인간이었고, 어떻게 사건을 저지르고,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 마쓰모토의 추리소설이다. 계속 똑같은 내용의 문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역로>를 읽으면서 추리소설이라는 구조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떤 사건의 정황에 범인은 꼭 맞게 들어간다. 그리고, 그 범인이 밝혀지고 그 세계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하지 않는다. 추리 소설에는 다음 세계에 대한 전망이 안보였다. 단지 지금의 이유나 상황을 밝히고 만들어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완결된 세계들이 보여주는 것은 뭘까. 이 완결된 세계에 전복은 가능한 것일까. n번방 박사가 만들어진 이유와 배경과 관련된 모든 서사들이 작성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추리소설이 끝난 후의 변함없는 세계 같다. 그래서 sns의 많은 친구들이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자고 하는 것일까.

 

문득, 이 오래된 추리소설의 역사는 이 오래된 국민국가가 유지되어온 '歷路'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왜 한자로 <기찻길>이라고 안하고 <역로(驛路)>라고 했을까나.... 한글 '역로'만 보고 '逆路'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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