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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사냥 -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ㅣ 샘터어린이문고 67
김송순 지음, 한용욱 그림 / 샘터사 / 2022년 4월
평점 :
백호 사냥
글: 김송순
그림: 한용욱
펴낸이: 이붕우
펴낸날짜: 2022년 4월 13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땅 대한민국..
북한과 한국은 월래 한 나라였다. 한 나라 였을 때 지도를 보면 마치 호랑이의 모양과 같다고도 했던 나라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계략에 의해 기차를 타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간 조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정암촌’과 이 마을을 수호하는 영물로 여겨지는 백호. 그 백호를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사냥하던 날, 한편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아버지는 등에 이불이랑 남포등, 도리깨 등 살림살이를 잔뜩 짊어지고는 기차에서 내렸다. 그러고 나에게 아버지 목에 올라타라고 말했다. 그 때 어깨 위에서 내려다 본 큰 다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어머니는 그 다리 앞에서 목 놓아 우셨다. “여길 건너믄 남의 나라잖어. 이러다 고향에 못 돌아가믄 어떡혀?” 그 말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냈지만 한 순간에는 몸이 부르르 떨리는 걸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선이는 포수 아저씨의 딸이다. 토성을 빠져나올 때, 같이 가지고 소리치던 미선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아버지가 포수이기에 범국이처럼 연이나 날리며 놀아도 될 텐데 나무를 하러 다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사냥도 하고 나무도 해야해서 발도 느리고 겁도 많은 미선이랑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마을 촌장님이셨다. 토성을 쌓을 때, 순사들이 밤낮으로 재촉해서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그만 돌아 가셨다. 왜놈들은 마적 떼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독립군하고 왕래를 할까봐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신다. “그르르릉!” 범골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백호 소린가?”
포수 아저씨와 많은 사람들이 사는 백호는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정암산에 사는 늑대들이 마을까지 내려오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사이토 순사는 포수 아저씨에게 다가 말 했다. “호랑이는 언제 잡으러 갈 건가? 가을걷이 끝나면 간다고 약속했잖아? 그냥 호랑이 말고 꼭 백호로 잡아 줘야 해.” 하지만 아저씨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백호는 안 돼요!” 하지만 사이토 순사는 얼굴을 바싹 디밀며 말했다. “허! 허! 그런 소리 하지 말고 겨울 고기 전에 잡아다 줘. 스즈키 순사님이 백호 털가죽을 갖고 싶어 하시잖아.”
“크르르렁! 크르르르렁!”
호랑이 소리였다. 범골 쪽에서 나는 소리인데 정암산 전체가 진동했다. 혹시 포수 아저씨가 놓은 디딜 착구에 걸린 것 같았다. 나는 나무를 하다 말고 범골을 향해 미선이와 달렸다. 소리가 엄청나서 마치 백호인 것 같았다. 범골로 넘어가는 길은 산처럼 솟은 커다란 바위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조심조심 걷는데도 몇 번이나 발을 접질렸다. 가는 내내 마을 아저씨들이 하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 ‘백호를 잡으면 나쁜 일이 생긴다고 했는데....’나뭇가지를 젖히며 소리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언젠가 백호 발자국을 따라 포수 아저씨와 함께 왔던 길이었다. 그 때 동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 집채만 한 호랑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분명히 백호였다! 새하얀 털과 고동색 줄무늬가 햇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발에 디딜 착구에 낀 상태였다. 아름다웠다! 왜 스즈키 순사가 탐내는지 알 것 같았다. 백호 옆에 그물이 마치 예리한 칼로 자른 듯 찢어져 있었다. 마치 새끼 호랑이가 걸려 누군가 구해준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백호에게 다가 갈수록 한 쪽 발로 저항하면서 “크르르렁” 거렸다. 끝내 백호는 사이토 순사의 총에 맞고 말았다. 그렇게 순사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백호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형에게 물어 보았다. 백호 털가죽은 일본으로 가지고 간대.
이 소설에는 백호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다. 독립군인 찬규 형 이야기도 함께하고 있다. 간략하게 백호 이야기만 했지만 ‘만주’라고 부르는 중국 연변 도문시는 일제 강점기에 충청북도 지역의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여 이룬 마을 ‘정암촌’이 있다. 현재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사라진 충청도의 엣말과 옛 노래, 문화를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충주아리랑>, <충청도 아리랑>등을 부르고 있었다. 일본은 만주를 군사 작전 기지로 삼으려고 한국인들의 이주를 부추겼던 것이다. 백호는 ‘정암촌’을 더 재미있게 연결시켜주는 상상 속 동물이다. 마치 그 산 밀림은 백호가 나올 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마치면서 시간이 되신다면 1918년 일제시대 호랑이 사냥 원정대 이야기도 한 번 알아보시면 과거 그 많던 호랑이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