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된 '얼굴 없는 인간'을 읽고 '저항할 권리'를 읽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조르조 아감벤'. 팬데믹 시대를 향한 그의 시선과 생각을 박문정 교수가 책으로 엮었다. 아감벤의 글이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은 이유는, 이중번역을 거치지 않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 아감벤은 현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학자들 사이에서 그의 글은 뜨거운 논쟁이 된다고 한다. ⠀ 아감벤의 시선과 생각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언제나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했던 인류는 생물학적인 존재로 축소되고, 사회 정치적 영역,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측면까지 상실하게 되었다. 그래서 얼굴도 없고 신체 접촉도 없는 사회는 빠르게 파멸로 치닫는 유령사회가 되고 말 거라는 것이다. ⠀ 다수의 접종자들의 소수의 미접종자들에게 항의하는 일, 해임당할 것을 각오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한 교수들, 집단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설치류인 레밍의 습성을 현재 우리에게 비유한 내용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 이 질병이 시작된지 3년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은 감염되지 않았다. 그 아픔과 고통과 공포만을 대리 경험했을 뿐이다. 그러나 감기의 하나인 이 질병에서 3년째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상황이 꽤 장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언제쯤 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다수의 안전을 위해 가기인이 불편함과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수많은 논쟁을 불러온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로 줄곧 통제 속 생활이 익숙해져 있는데, 참으로 신선하게 이 상황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 ⠀ ⠀ '얼굴 없는 이웃을 경계하라 당신의 시체를 소각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당신과 당신의 일상을 분리시키는 사람을 경계하라 누가 당신의 죽음을 계산하는지 경계하라 순종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이탈리아로부터 이탈리아를 경계하라.' ⠀ ⠀ #조르조아감벤 #이탈리아사상가 #얼굴없는인간 #저항할권리 #바이오보안 #그린패스 #레밍 #박문정 #효형출판 #서평 #생각할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