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위로 / 김종진 🪙⠀⠀역사 프로그램 보다가 알게 된 것:미국은 911을 기억하기 위해그 자리를 재건하지 않고 추모 공간으로 두었다.반면 우리는 삼풍백화점 자리에 아파트를 세웠고추모 공간은 양재숲 깊숙한 곳에 마련했다.왜? 땅갚 떨어질까봐.⠀이 책 작가님은 그걸 콕 찝어서 책에 담으셨다.위에서 본 현재 쌍둥이빌딩 터 사진과 함께.⠀⠀•잊으면 잊히는 것일까. 우리는 사회적 사건을 애써 잊으려 한다. 그럼에도 기쁨의 기억과 슬픔의 기억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묘비를 바라보고 선 사람은 지는 해를 마주한다. 지금 눈앞에서 서서히 소멸하는 빛, 땅거미 속으로 사라지는 빛. 내 앞에 놓인 묘비의 주인은 자연으로 돌아갔고 그 혹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 역시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죽음은 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새벽이 찾아왔기 때문에 등불을 끄는 것일 뿐이다.⠀•어차피 모든 생명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다시 태어나기 마련인데 죽음을 배척하고 삶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뒷마당에 사당이 있는 집들도 많았고 마을 뒷산에는 어김없이 선산이 있었다. 마을에 인접한 산과 주변에 배치하여 일상 속에 삶과 죽음이 혼재하도록 했다. 종묘는 말할 것도 없다. 그 멋진 죽음의 장소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오늘날에는 죽음 관련 공간을 혐오 시설처럼 생각한다. 서울이나 도시 주택가에 묘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죽음을 배척하는 문화 속에 살게 된 것일까.⠀⠀⠀건축가마저도 공간에 대해 그런 고민을 한다. 기억에 남는 문구들을 옮겨 보니 모두 죽음에 관한 것이네. 그렇다고 이 책이 죽음과 관련된 책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 꼭 읽어보시기를.⠀예전에 일본 건축가인 구마 겐고의 책을 읽었을 땐 정말 어려웠는데, 이 책은…. 인문학 갬성이 더해져서 읽기도 편하고, 따스한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머무르는 여행을 한 기분이에요.⠀건축 순례라니. 유홍준 슨생님의 국보 순례는 읽어 봤지만 건축 순례는 또 넘나 흥미롭잖아요? 그런데 기대 이상, 건축책 트라우마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여름 아침에 목욕을 마친 후, 정오까지 햇살 비치는 문간에 앉아 있곤 한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가 2년간 살았던 월든 호숫가. 그가 지은 오두막 앞에 아담한 공터가 있다는데, 나뭇잎 사이로 호수가 보이고 햇살도 들어오는 그런 힐링의 공간이라는데. 저도 테르메 발스에 가면 그런 느낌을 받을까요?⠀⠀⠀건축 순례 덕분에 치유됩니다.때로는 환한 빛보다 그림자가 위로가 될 때가 있어요 정말.제목 정말 찰떡! 흑백 뿐이지만 사진도 정말 좋았습니다.가제본이지만(가제본이라 사진이 흑백인 건가..?) 이번 달 출간된 따끈한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그림자의위로 #빛을향한건축순례 #김종진#건축학 #건축책 #효형출판 #일상속의사유 #공간공감#르토로네수도원 #마멜리스수도원 #911메모리얼 #우드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