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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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일상 / 이유진  


언제 차를 마지막으로 마셨지? 
요즘은 커피를 주로 마시느라 아침 루틴으로 마시는 음양탕 말고는 무슨 차를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만들기 시작하는 배대추차.
아빠가 꽤나 좋아하셔서  넓고 큰 냄비에 배랑 대추랑
생강이랑 가시오가피랑 여러 약재를 다 넣고 푸욱 끓여
지난 겨울을 그렇게 보냈다.

차에 대한 지식도 없고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따져보지 않았지만
그저 재료를 다듬고 깨끗한 물을 부어 넘치지 않게 신경쓰며 아이 돌보듯 끓여낸 그 행위가 좋았던 것 같다.


차 라고 하면 나에게는 외국에서의 경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언제 어디서든 녹차를 권하는 차문화권의 나라에서
집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 차를 대접받는 일이 참 신기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2년 동안 살았던 우즈벡 카라칼팍에서 먹었던 홍차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우유를 넣었으니 밀크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지 언어로는 ‘카라 차이’라고 불리는데, (검은 차, 즉 블랙티라는 뜻이다.) 참 특이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차를 물에 끓여 검은 빛이 날 때까지 우린 다음 적정한 시기에 우유를 붓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아무때나 부으면 넘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같이 우리면 색깔이 뽀얀 상아색에서 연갈색이 되는데, 그 때 찻잔에 부어 마시는 것이 그 나라의 차 문화이다. 단 것을 좋아하는 나는, 보석인지 얼음인지 모를 설탕 덩어리를 작게 으깨서 차에 넣어 마시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 차 맛 때문에 정말 한국에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게는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맛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러시아에서 마신 차들, 커피 말고 따뜻한 뭔가가 생각나서 시켰던 카페에서의 날들. 
티 소믈리에의 잔잔한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차를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근 5년 정도 음양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나와 저자의 아침 루틴이 같다는 점에서 괜시리 하이빠이브 하고 싶었다.
음양탕 습관, 정말 좋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도 음양탕 리추얼은 계속할 것이다.


책 읽으면서 예쁜 잔과 그릇들, 먹어 본 적 없는 다양한 차에 대한 소개는 물론 일상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배웠다.

차를 함께 마신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건지,
사진첩에 남겨둔 사진들을 뒤적여 보게 되었고… (추억 여행)
차 문화권 나라에서 마시던 차들, 그렇게 한 보따리 사온 차들을 막상 한국에서는 아이스커피만 사마시느라 유통 기한 지나고 버리기 일쑤였는데 그게 너무나 아깝다. (이제와서)


내가 얼마나 많은 차를 얻어 마셨더라…. 되뇌어 보면
자목련 나무 아래에서의 차와 스님이 주신 국화차, 
쌀쌀한 날 텀블러에 담아 오신 향긋한 블렌딩 차 한 잔,
홍차를 오래 끓이고 우유를 부어 만든 카라칼팍식 블랙티,
향긋한 러시아의 홍차 등 셀 수가 없다.


조급하고 여유가 없던 요즘이었는데 책 읽고 여유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졌다.
특히 일상 루틴에 대한 좋은 글들과 예쁜 사진들,
저자의 감각을 엿보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소장 가치가 너무 높은 책이라 굉장히 행복하다!

또, 맛있게 우려내 나의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정말 많이 했다.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현대인의 필독서로 지정해 주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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