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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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이라는 짧은 단편은 당시의 사회상황과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라쇼몽을 처음 봤을 때 제목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대부분의 책은 제목을 통해 어떤 내용이라는 것이 추론이 가능한데 라쇼몽은 사람이름 같지도 않고 무엇을 지칭하는 것 같긴 한데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지 몇 분 되지 않아 라쇼몽이 헤이안쿄의 도시의 입구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도시의 입구역할을 했던 만큼 사람들이 붐비고 왕래가 많던 자리였다. 하지만 도쿄에 회오리바람, 지진, 화재 등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도성 안은 황폐해 졌고 라쇼몽 또한 아무도 돌보지 않아 시체를 버리고 가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까마귀 떼들만이 시체의 살점을 쪼아 먹기 위해 있을 뿐…….

 

책엔 등장인물이 하인과 노파만이 등장한다. 하인이 비를 피하고 눈을 부치려고 문 위 누각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한다. 위에는 시체와 시체썩은내로 진동을 해 코를 감싸지만, 어떤 강렬한 감정이 하인의 취각을 앗아갔다. 시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을 본 것이다. 그렇다 그건 노파였다. 노파는 시체를 빤히 쳐다보며 머리카락이 뽑고 있었다. 주인집에서 일을 잃은 하인은 누각에 들어오기 전 아사 할 것인지 도둑이 될 것인지 묻는다면 도둑을 답했지만, 이 순간 미련 없이 아사를 택했을 것이다. 악을 미워하는 마음에 노파가 왜 머리카락을 뽑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자신이 도둑이 될 것이라 했던 마음을 잊은 채 노파의 행동을 악이라 판단한다. 하인은 노파에게 위협을 가하고 노파가 머리카락을 뽑고 있던 이유를 듣는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든 노파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하게 말한다. 노파는 말한다. 지금 내가 머리털을 뽑고 있는 송장들은 당해도 싼 인간들뿐이라고. 나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하는 노릇이다. 자신이 머리카락을 뽑은 이여자도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뱀을 건어라 속여 팔았으니 내가 하는 일도 너그러이 봐줄 거라고. 그 순간 방금까지만 갖던 정의는 사라지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다간 굶어죽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하고 노파의 옷을 뺏는다. 그리고는 하인은 밤의 어둠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인이 간곳은 아무도 모른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아마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계속 이렇게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거나, 혹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 모든 것을 잃고 굶어 죽거나 일 듯 하다.

 

191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악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인상 깊다. 대부분의 소설이라 함은 악과 선을 비교하며 선으로 마무리 짓고 이로써 교훈을 주는데 라쇼몽은 악으로도 충분한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라쇼몽은 짧은 글이지만 두인물 만으로 인간의 악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어렵고 힘든 시절의 모습을 잘 나타냈고 인간의 이기적인모습과 사회의 어지럽고 질서 없는 모습이 보인다. 노인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 하고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옳을까? 나는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해도 수단이 나쁘다면 이미 목적은 흐려진다고 본다. 수단이 목적의 정당성을 부여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노인과 하인의 같은 논리를 현실에 적용하면 이스라엘이 과거 자신들의 지역을 되찾겠다고 팔레스타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해지며 석유자원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 또한 정당화 된다.

 

또한 하인의 심경변화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위기가 닥치면 모든 생각과 행동을 나를 위해 합리화 시키게 된다. 주변을 예로 들면 시험은 가까워져 오고 공부는 분량을 채우지 못해 컨닝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 보였다. 자신을 포장하고 이유를 대면서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위기뿐만 아니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나 같은 경우를 봐도 그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러이러해서 못한거야, 안한 게 아니야. 하고 넘길 때가 많다. 나뿐 만 아니라 많은 이들은 자신을 합리화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발전이 더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자신을 합리화 하고 있지는 않는지, 혹은 자신이 목적을 수단화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성하면서 자기발전을 이루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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