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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팝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류의 글은 소설이면서도 꼭 리포트 같다. 동시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이나 이념을 두드러지지 않게 무덤덤하게 쓴다. 물론 주관없이 쓰는 글이 있겠냐만.. 그는 읽은 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담담하게 글을 쓴다.
언제더라.. 몇년전에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가 영화로 만들어서 또한 화제가 되었던 이 책은 그저 히로미라는 아이의 원조교제애 대한 이야기이다. 히로미라는 아이의 주변이야기, 변한 가족, 이미 들어와서 다 점령해버린 이국의 문화, 정체성이라는 것이 없어져 버렸고 억압적인 전통윤리가 사라져버린 일본. 그래서 목표가 없이 중심을 잃어버린 나라. 그 일본의 원조교제 이야기이다. 목적의식없이 느끼는 것, 즐기는 것만이 중요하다. 순간이 중요하다. 미래는 내다보지 않는다. 히로미의 친구들, 그저 즐겨같이 노는 것 뿐이다.
편의점의 사나이와 캡틴 EQ. 원조교제의 2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타인과의 접촉방법을 잃어버려서 고립되어버린 편의점 사나이, 그는 그저 타인과의 접촉공간을 가지고 싶어할 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르는 일본인의 도착증세. 캡틴EQ, 접촉하길 포기하고 타인을 부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자. 일본에서 원조교제가 왜 위험한 지 보여주는 사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며 어떤 말을 할 수 있단 말이가. 무라카미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지. 낡아버린 윤리대신 무엇이 그 사이를 메울 수 있는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일본인들이 그들의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면서까지 국수주의적 애국심을 후세들에게 심어줄려고 기를 쓰는지 알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