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일한대역문고 2
다락원 편집부 엮음 / 다락원 / 1989년 11월
평점 :
절판


1페이지를 읽자마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번역본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문체였다. 너무 냉정해서 무뚝뚝하지도 않고 열정에 들떠서 혼돈스럽지도 않는 깔끔한 문체였다. 깔끔 단정하면서도 다정한 면을 품고 있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썼으면서도 어설픈 비난이나 열에 들뜬 느낌이 없는 투명한 어조. 맞다. 책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여러 인스턴트 음식에 둘러싸여 있다가 잘 우려낸 녹차를 마신 것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갈함과 고요함이었다.

난 이책을 읽고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아는 지인에게 여러권을 선물했었다. 아쿠타가와는 아쿠타가와상으로 대부분 이름은 다 알 고 있는 일본의 요절한 천재 작가다. 단편 위주의 글을 썼으며 이 책에도 그의 여러 단편들이 실려 있다. 구로사와가 영화로 찍은 라쇼몽은 바로 아쿠타가와가 쓴 단편이었다. 내용도 전쟁때의 한참 힘든 일본을 배경으로 썼으면서도 일체의 서구 사상 즉 계몽주의나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등등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힘든 모습을 미화한 것도 아니고 아주 솔직하게 기술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비참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아름답다..난 이책을 읽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벅차 그 어떤 분석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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