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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평생 일할만한 회사"를 찾겠다는 마음은, 사업을 하겠다는 포부가 없는한, 모든 직장인에게 있어 가장 큰 욕구일 것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성적에 치여가며 공부하는것도, 대학교때 여름방학을 바쳐 "신나게 노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할"만한 인턴쉽을 찾아 헤메는것도, 취업 재수/삼수생을 불사하면서도 굳이 이름 있는 회사를 들어가려는 것도 사실 평생을 한결같이 튼튼하고 건실하게 성장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생각해보면 음식점을 열거나 체인점하나를 인수받아 운영하고 돈을 별려고 한다면(사실 돈으로만 따지면 그게 훨씬 이익이다), 경제관념을 깨치고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면되지 굳이 간판을 따려고 그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개인 사업은 돈을 벌어줄 지언정 큰 조직의 일원으로서 얻는 사회적 존경이나 mega deal에 공헌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부모들도 "어여 번듯한 회사에 취직되면 좋겠다"라고 얘기하지 "어서 삼겹살집 하나만 차리면 좋겠다"라고 얘기하지는 않는게 아닌가.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오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경우를 봐도, 또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100%만족하며 100%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던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라는 대답이 기껏해야 본인의 회사에 주는 최고의 칭찬이 아니던가. 주위사람들에게 입사할 것을 열정적으로 권고한다던가 회사일을 자기일처럼 생각한다던가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이하 보고서)"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폐부를 찌른다. 경영학에서는 제1의 회사를 만드는 가장 근본은 "인재경영"을 하는 것이라 늘상 이야기 하지만 대개의 경우 경영진은 자신의 연봉과 임기에 대해 가장 민감하고 실제로 숫자로 나타나는 매출에 연연하며 실무진은 자신의 목(?)을 걸고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되는 거래를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굳이 드러나지도 않을것을, 잘 될지도 알수 없는(미래는 항상 불투명하니까) 거래를 자기가 책임지고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평생고용을 보장하고 업무지식교육비를 100%지원하며 심지어는 교양교육도 창의성향상의 일환으로 시켜준다면, 경영성과는 투명하게 공개하며 수익증대분은 고스란히 돌려주고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준다면, 회사를 위해 업무시간 이외에 머리를 짜는게 어찌 이상하며 돈을 좀 더 많이 준다고 해서 냉큼 옮기고 싶을 이유는 또 뭐가 있는가.
보고서는 직원과 회사와의 관계가 상하의 주종관계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부부와 같이 동반자적인 관계일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처음에는 반신반의 서로를 위하기보다는 혹 있을지도 모를 이혼을 대비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다가도 어느순간부터는 서로에게 감사하며 "우리"로 거듭나는 그런 과정이 유한킴벌리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4조 2교대제, 즉 12시간씩 4일을 일하고 4일을 쉬는 이런 시스템이 공장이외 사무실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직원을 믿지 못하여 정시에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하지 않으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생각하는 기업풍토, 자신이 맡은일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분명치 않아 연공서열이나 인간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고과제도, "경영진과의 허물없는 대화"시간이 일방적인 설교시간이나 아부의 장이 되버리는 오늘날 사무실의 풍경에는 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병사를 많이 가진 장수는 싸우지 않고도 이긴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나 이걸 얻게 되면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잠재력을 100%발휘하겠다고 마음먹은 직원은 몸만 왔다갔다 하면서 주어진 업무시간만 채우면 월급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직원 10명보다도 낫다.
이런 회사가 많아지기를 기도하면서, 그리고 여력이 되면 이런 회사를 만드는데 공헌하고 싶다는 열정을 느끼면서 보고서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