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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위원회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의 20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한권씩 만나보고 있는 이 시리즈의 책들은 언제나 모중석 이름만으로도 선뜻 구입할 정도로
스릴러의 걸작들이 많이 나온다.
이번 <살인 위원회> 역시 표지와 표지에 실린 문구를 보고 무척이나 관심이 컸다.
법과 정의에 관한 문구에 언뜻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생각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정의란 없다. 오직 법이 있을 뿐."
'사랑스런 딸아이의 일곱 번째 생일날 나는'유가족'이 되어 아이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한줄의 문장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첫장을 펼치자 마자 딸아이의 죽음을 접한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이 나온다.
딸의 생일날 집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개울에서 딸 지니가 강간 당한 후
토막 살해된 채로 발견된것이다.
만약 내 딸아이가 잔혹하게 살해 당한다면?이라는 물음에 나역시 부모의 입장이라면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그 슬픔을 가누지 못하지 않을까.
아버지이자 연방집행관인 랙클리와 아내 드레이의 슬픔과 갈등이 초반에는 많이 나온다.
그만큼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과 슬픔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인지 나조차도 읽으면서
랙클리부부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전해오는 것 같았다.
용의자인 킨델을 동료 형사들이 붙잡아 랙클리에게 비공식적으로 처리하라고 넘겨주지만
심문 중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랙클리는 가까스로 분노를 삭인 채 법의 처분에
맡긴다. 그러나 재판 당일 킨델이 청각 장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구속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풀려나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다.
랙클리는 법의 시스템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그날 킨델을 직접 처단하지 못한 아쉬움에
크게 절망한다.
딸아이를 처참하게 죽인 범인이 법의 결함을 이용해 유유히 풀려나다니!!
이런 분명한 범죄자를 풀어주는 것이 맞는것일까?
도대체 법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말이지 나조차도 억울함과 배신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법의 허점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킨델을 그저 바라볼수밖에 없는 부부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부부관계까지 삐그덕거리고...
바로 그때 랙클리에게 '살인위원회'의 일원인 듀몬이 찾아온다.
살인위원회는 랙클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범죄로 잃고도 법의 허점으로 인해
범인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방면된 이들을 응징하려는 자경단이다.
살인 위원회가 생긴것도 아마 이런 법의 부조리 때문이 아닐까?
이들은 랙클리가 무엇보다 알고 싶어 하는 딸 지니의 사건에 관한 비밀을 미끼로
조직에 가입시킨다.
분명한 범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면서 정의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수심의
또다른 얼굴이 아닐까?
후반부로 갈수록 딸 지니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와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랙클리를 통해 법의 허점과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빠른 전개와 스릴, 거기다 극적인 반전으로 인해 책을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