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유대인에게 <창세기>가 있다면 우리민족에게는 <창세가>가 있습니다.  
선을 대표하는 미륵과 악을 대표하는 석가라는 두 신이 인간세상을 놓고 겨루다가 석가의 속임수에 화가 난 미륵이 인간세상을 포기하면서 저주를 퍼부었고 그후 세상은 석가의 지배하에서 악이 횡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대홍수와 목도령>이라는 이야기를 <창세가>와 연결시켜 바라보면서 선과 악이 공존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악의 근원이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에게 있다고 보는데 반해 <창세가>는 악한 신인 석가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미륵이 도래하여 선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을 염원했다는 해석이 흥미로웠습니다. 순간 기독교인들이 언젠가 재림하리라 고대하는 예수와 미륵이 오버랩 되면서 대한민국에서 기독교가 서구사회보다 잘 되는 건, 조상들이 그러했듯 현실에 대한 불만을 초인의 힘을 빌어 해결하고픈 욕구가 크다는 반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의 원인과 그것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인간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고 저항할 수 없는 외부의 힘으로 숙명처럼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해서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유충렬전>은 선을 상징하는, 영웅 유충렬과 악당 정한담의 대립이 결국 영웅의 승리로 끝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웅이야기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여전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실에는 선과 악은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의외성을 띄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당이 뚜렷이 구분되는 이야기나 영화가 훨씬 더 덜 공포스럽고 더 편안(?)하기 때문이랍니다. 즉 현실에서 누가 악당인지가 모호해질수록 뚜렷이 드러난 악당을 제압하는 영웅 이야기는 더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이지요.
 
악당이나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보다 현실이 더 공포스럽다는 이야기에 동감이 갑니다. 인간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선과악을 동시에 품고 살아 가니까요. 어떻게 하면 지킬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식이위천(食以爲天) 이라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삶을 가꿀 수 있는 시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요?
 
가끔씩 하이드로 변하는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균형잡힌 삶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출처 : 독서대학 르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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