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갈수록 이야기를 해석하는 재미를 느낀다. 조현우 선생님에 이어 오늘 처음 만난 오세정 선생님도 엄청난 유모와 해박한 지식과 열정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두분이 친구가 된 이유를 알 거 같다.
 
오늘은 <심청전>, <사씨남정기>, <나무와 선녀꾼>에 대한 선생님의 해석을 들었다. 세가지 소설을 순서에 상관없이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정신이 좀 없기는 했지만 이 세 소설을 통해 여자의 문제를 들여다 보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남자로서 좀 찔리기도 하고.
 
심청이 앞에는 항상 효녀라는 말이 따라 붙듯이 <심청전>은 자식의 부모에 대한 를 강조한 대표적인 소설로 당연히 생각해 왔는데 과연 심청이를 죽인 건 누구일까? 질문 자체가 워낙 낯설어 대답을 못했는데 가정 권력의 상징인 심봉사, 경제권력의 상징인 뱃사람들, 종교권력의 상징인 화주승이 심청이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고 한다. 즉 심청이는 남성 사회를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약자가 오히려 공동체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희생을 강요당했다. 오늘날에도 남편과 자식을 위한 여성의 희생이 아름다운 미덕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걸 보면 <심청전>은 단지 옛날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사씨남정기>17세기에 김만중이 쓴 소설로, 유연수라는 사람이 너무 예쁘나 음탕하고 사악한 둘째 부인 교씨의 꾀임에 빠져 조강지처(糟糠之妻) ‘사씨를 내쫓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교씨를 벌하고 사씨와 다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이 글이 씌여진 역사적 배경이 흥미롭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전까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고 결혼하고 나서도 자신이 결혼할 때 가져온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권리를 보장받았으나 17세기부터 주자학과 가부장제가 전 사회에 뿌리를 내렸고 이는 여성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켰다, 장자 상속이나 남성 혈통만 제사를 모실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정착된 것도 이 시기였다. 양란(兩亂)에 대해 책임져야 할 계층인 양반이 자신들의 권위가 도전을 받게 되자 사회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요청된 악녀교씨와 정숙한 여인 사씨를 통해 가부장제도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효자, 효부를 칭송하는 비석이 생기게 된 것도 조선시대 후기인데 효를 숭상하고 가부장제를 체화시키면서 권위에 대해 복종하다 보면 임금에 대한 충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 양란 이후 내부적으로 붕괴되었어야 할 조선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결국 사상통제의 효과때문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수탉이 왜 우는지에 대한 유래를 보여 준 재미난 글로 알고 있었던 <나무꾼과 선녀>도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다. 사실 나무꾼은 선녀를 납치한 거고 애까지 낳게 한다. 미성년자 납치에 감금, 강제 결혼, 강제출산에 강제노동(집안일)까지 시켰으면 거의 무기징역감? 불쌍한 선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살다가 나무꾼이 방심해서 보여 준 날개옷을 보고 결혼생활 동안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 하늘로 돌아간다. 그후 선녀를 그리워하던 나무꾼은 사슴의 도움으로 하늘로 올라가 선녀와 자식을 만나게 되지만 그러자 이번에는 땅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된다. 와이프와 어머니를 놓고 갈등하는 남자의 고뇌를 볼 수 있다. 고부(姑婦)갈등이 있을 경우 남자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선배가 했던 멋진 조언이 기억난다. 부부관계는 인연(因緣)이고 부모와 자식 관계는 천륜(天倫)이라고. 따라서 인연이란 헤어지면 남남이지만 천륜은 끊을 수가 없다고. 어머니 편을 들면 와이프는 떠나지만 반대로 와이프 편을 들더라도 어머니는 아들을 버릴 수 없으니 무조건 와이프 편을 들어야 한단다. 비록 어머니가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며. 결국 그 친구는 그렇게 했고 신기하게도 선배 말 그대로 됐다. <주의>이 글보고 따라 했다가 가정 파탄날 경우 책임 못짐!!! 

출처 : 독서대학 르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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