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서사(敍事)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오늘 강의를 듣고 나서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생이 담 너머를 엿본 이야기라는 뜻인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은 조선의 천재 김시습이,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출가(出家)하여 쓴 『금오신화』에 나오는 다섯 편의 소설 중 하나이다.
 
능력은 있으나 가난한 양반집 자제인 이생이 부유하고 권세있는 양반집 처자 최랑의 구애를 받아 우여곡절 끝에 혼인을 하고 과거에도 합격하여 잘 살았으나 최랑은 홍건적의 침입으로 죽음을 맞게 되어 그녀의 혼령과 몇 년간 살다가 혼령이 떠나자 이생도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건 이 이야기가 당시 과거에 합격하지 못해, 소위 출세하지 못한 양반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이생이 최랑의 적극적인 구애로 부자집 사위가 되었으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전쟁이라는 우연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게 되고 결국 슬픈 최후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백두(白頭)들은 잘 살고 못사는 것은 의지나 능력보다 ()에 달렸는데 지금껏 본인들이 요모양 요꼴로 사는 것은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 위안했을 지도 모른다. 
 
시대가 흘러 장르가 다양해졌을 망정 소설, 연극, 드라마와 같은 서사를 띤 매체가 여전히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소설 속 주인공과 나를 일치시키면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후련함을 느낀다. 그 근저에 흐르는 인간의 욕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아닐런지.
 
인지적부조화이론(認知的不調和理論)이라는 것이 있다. 인지부조화란 사람이 두 가지 모순되는 인지요소를 가질 때 나타나는 인지적 불균형상태를 뜻하는데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므로,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여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극단적으로 합리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고 알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된다. ( by 네이버 백과사전)
 
결국, 소설을 보고 느끼는 대리만족이나 인지적부조화이론은 궁극적으로 자기 인정’, ‘자기 합리화로 통하는 거 같다.
 
하긴 인류의 문명이란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스스로를 정당화 한 작업들이 누적된 것이지 않은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야훼의 창조신화가 있다면 그리스인, 로마인들에게도 그리고 조선에도 그들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신화가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기독교와 불교를 통해 천당과 지옥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 하였고 바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모범사례들을 제시했다.
 
발을 딛고 사는 땅의 삶은 어떠한가?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8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한 이야기를 우리는 역사라고 배웠고 아직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조현우 선생님 강의 중에 말씀 하신 서사의 경합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때로는 상충되기도 하는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만들고 선택할 것인가?
 
행복한 삶이란 지식에 의해 인도되고 사랑에 의해 고무되는 삶이다라는 러셀의 말 정도면 괜찮은 답이라 생각된다.  
 
너무 장황하게 말이 많았다. 결론은 마누라가 드라마, 연애소설 본다고 무시하지 않기.
 
드라마 속 꽃미남을 보면서 잠시마나 행복해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출처 : 독서대학 르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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