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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ㅣ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동시집
아름답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읽기만 해도 벌써 몇 년째 사라진 내 감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시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애써 예쁜 것들만 보려고 노력하고 고개 끄덕이고 했던 제게 익숙하고 가까운 소재들로 다가오는 동시들은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보다 더 많은 웃음을 제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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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동생이 ‘엄마, 개미!’하면 ‘개미가 우리 미소랑 친구하고 싶은가 보네.’ 하며 동생 옆에 나란히 앉는 엄마
길을 가다 내가 ‘엄마, 지렁이!’하면 ‘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하며 눈 흘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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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가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치운다.
다리미 뱃속에는 쪼글쪼글 주름이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처럼 꽉꽉 차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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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난 아이를 혼내지 않을 거야.
공부하라는 말도 안 하고 반성문 쓰라고 하지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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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에게 물어 보겠지?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어요?’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할 거야. ‘민수 엄마 반대로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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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우리 집은
아버지도 말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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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무 말 안 한다.
...
텔레비전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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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숟가락 내려놓자
아빠는 담배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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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커피
...
동생은 리모컨
...
쯧쯧쯧
게임이나 한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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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죽는대요 죽어 흙이 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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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나도 흙이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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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참, 내가 빈 집을 지키는지
빈 집이 나를 지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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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직접 읽어 봐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짝살짝 덧붙여진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동시도 있지만 그림조차 필요하지 않는 동시도 있습니다.
동시집을 읽고 나서 제가 쓴 서평의 밑줄 그은 곳을 다시 본다면 한 번 더 미소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