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 CQ 창작 놀이방 - 기사, 해적, 카우보이 편
가문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6월
절판


시작부터 아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한창 이야기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할 때라 가만히 있어도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앞뒤가 맞진 않지만 물총놀이를 하는
선인장 카우보이들은 물이 필요해서 서로에게 물총을 쏘아 물을 주고 있다는 말이 되는 듯 안되는 듯 들리는 이야기들은
스티커와 색연필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인디언 아저씨들은 어떻게 소리내지? '아아아아~... 우가우가 아아아아~' 이야기 나누며 추장들을 그렸어요.
'눈' 모양 스티커만으로도 살아있는 추장이 되지만 아이는 색연필보다 좀 진한 사인펜을 사용해 얼굴 윤곽을
예쁘게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인펜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종이 뒷면에 자국이 생긴다는 걸 잊고 있었지 뭡니까?ㅠㅠ
사인펜으로 얼룩진 그 뒷장이 아래 그림에 보이시죠? 사인펜을 사용하실 분이라면 이 점을 유념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결투 장면을 연출하기란 무지 쉬웠지만(?) 늘 싸우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장난치고 있는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재미난 그림을 만들기 위해 카우보이에게 특별한 모자를 씌워습니다. 생일 축하행사 때마다 열광하는 아이라 생각해 낸 것도 바로바로 '생일케익모자'랍니다. 초에 불까지 붙여주는 정성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
창작놀이방에서 제공하고 있는 스티커들이 접착력 때문인지 종이질 때문인지 딱붙어있지 않고 종종 떨어질 때가 있어서 가위와 캐릭터 테이프를 사용해서 보수공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해적이 등장하는 영화를 잠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을 떠올렸는지 더위를 식히려고 좀 전에 먹은 아이스바의 막대를 해적선 깃대로 사용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붙이긴 했지만 해적선 이후로 나오는 다른 쪽들은 이 깃대 때문에 울퉁불퉁해서 그림을 그리는 데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해골모양을 그려 본 적이 없다며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무섭게 표현하려고 안깐힘을 쓰러라구요... 칼을 두 개나 뽑아들고 있는 해적이 무서워 보이죠?

언제나 해적들이 노리는 건 보물이죠... 예전에 잠시 숨겨두려고 무인도에 보관해 놓은 보물을 아무도 찾아가지 않고 세월이 흘러흘러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데 해적들이 보물지도를 가지고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보물 중에 귀걸이가 있냐고 묻길래 예쁜 귀걸이가 있다고 했더니 자기도 보물을 찾아서 귀걸이를 갖고 싶다며 원숭이 섬을 꾸미고 있습니다. 솔방울 원숭이가 기발하기도 합니다.

기사보다 군인아저씨나 경찰아저씨를 이야기하면서 성을 지키고 있다고 이야기 하며 군인들을 꾸미고 있습니다.
창작놀이방의 특징 중 하나가 샘플 그림을 미리 그려서 아이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 샘플 그림들에는
장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막연히 문구만 보여주고 그에 맞는 재미난 것들을 그리거나 꾸미라고 하면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샘플 그림을 미리 보여주면 아이는 다른 상상을 하기 싫어하거나 상상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군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창작놀이방을 함께 만들어 가는 어른이 페이지를 장식할 주제 단어에 대한 설명을 여러 각도로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용들의 불공격으로 쓰인 상추는 가장 잘 어울리는 스티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공룡과 용의 차이를 물어오는 아이에게 공룡은 옛날에 진짜로 살아 있었던 동물이고 용은 사람들이 머리 속으로 상상해서 만든 재미있는 동물이라고만 이야기해 주면서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개구리 같기도 하고 해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한 불 뿜는 용... 가을 빛을 잔뜩 물들인 단풍잎이 날개로 적당한 것 같습니다. *^^*

단지 관상용 호박일 뿐인데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변할 수 있다니요... 눈, 잎, 날개를 달아 놓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나 동물 그림을 그릴 때면 팔 - 다리 까지는 표현하기 쉬운 것 같은데 마지막 손이나 발을 표현할 때면 여지없이 벙어리장갑으로 변해버리는 어이 없는 현상이 자꾸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손이랑 발을 따라 그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가 먹보 뱀의 뱃속에 무언가를 그려 놓았길래 물어봤더니 개미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
제가 보기엔 헤엄치고 있는 무엇 같은데... ^^
개미를 삼켜버린 뱀이라며 개미를 두 마리나 그려 넣고는 수많은 개미 다리를 그려주는 센스를 보이는 아이가
토마토 머리를 한 양 한 마리를 그렸습니다. 다 그리고는 돼지뱀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바탕그림으로 나와 있는 사진은 천연 해면인 것 같습니다. 다용도로 사용하느라 몇 번 샀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쪽에는 이제 막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감자그림을 제시해 두고 외눈박이 거인을 완성하라고 합니다. 제시된 글을 보고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슥삭슥삭 거인을 탄생시켰습니다. 붉은 눈... 긴 코... 이제는 서먹서먹함을 벗어 던진 것 같습니다. 제법 즐기고 있다는 게 보이는 게 연습의 결과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라배에 창문을 만들고는 여러 번 창문이라고 설명하는 걸 보니 그게 예뻐 보였나 봅니다. 문어 본 적이 있다며 괴물문어 다리를 그리는데 소라배가 휘청휘청할 것 같습니다. 바탕문어 눈이 하나 달아났네요 *^&^* 누나가 공부한다며 자기는 하기 싫다고 멀찌기 달아나있던 동생도 어느 틈엔가 누나 옆에 앉아 누나와 스티커를 나눠 붙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드라큘라를 열심히 그려야 한다며 날아다니는 박쥐를 그려 넣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갈매기 같아 보입니다.
이제 익숙한 창작놀이방, 샘플로 나타나 있는 드라큘라와는 아주 딴판인 나뭇잎 치마를 입고 머리띠에 귀걸이를 달랑거리는 여자드라큘라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서운 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소리는 무서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히히히히히~ ^^

즐거움이 가득한 창작놀이방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수동적이어서 적혀있는 글들을 읽고 그 글이나 그림들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게 되지만
창작놀이방은 수동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실제로 참여해 볼 수 있는 능동적인 면이 돋보이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고 가까이 하고 싶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스티커를 제공하고 있어
실물 사진에 더 실감나는 창작물을 재현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면도 좋은 것 같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2008-08-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덧붙이고 싶은 것들...
1.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시하는 문구도 물론 있어야 겠지만 이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이유나 그림의 내용을 조금 넣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책인데 내용을 넣어주면 아이가 그리는 작품에 더 커다란 의미가 부여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2. 준비물에 대한 소개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공되는 스티커 이외에 갖가지 실물들(나뭇잎, 가지, 색종이, 고무찰흙, 오려낸 잡지, 다른 스티커, 색연필, 크레파스, 실, 스펀지, 고무줄, 단추, 가위, 풀)을 계획적으로 구비하여 사용하면 좋다는 페이지를 넣어두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이와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ㅠㅠ 그렇지만 우리도 얼결에 먹고 난 아이스바 막대를 이용하기도 했으니까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