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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아를르캥과 어릿광대]
가슴 따뜻한 정의감이 좋은 작가 '이케이도 준'의 명작 시리즈 '한자와 나오키'의 신작이다. (정식출간 전 서평단에 뽑혀서 더 빨리 읽을 수 있었음에 출판사인 #인플루엔셜 에 감사함을 전한다.)
그간 한자와 시리즈가 은행과 기업간의 이야기와 사내정치의 부조리를 다루어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것들에 '추리극'의 장르를 더해서 돌아왔다.
직장인의 경험이 쌓일수록 새로운 업무와 그 업무의 책임이 커지듯 시리즈물 또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수록 추가되어야할 요소가 있는데, 이번에는 '추리극'의 요소가 추가되었단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부당한 상사와의 대립각을 세워온 한자와는 그 정의의 결과로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지점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 중이다.
어느날 오사카 서부지점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 프로젝트가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칼'이라는 신흥 온라인 쇼핑몰 기업이 동종 업계도 아닌 '센바공예사'라는 100년 전통의 미술출판사를 인수합병할려는 이 행위에는 무언가 표면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묘한 구석이 존재한다.
이번작품에서 특히 재미난 포인트가 크게 세가지 있었는데, 그 첫번째는 바로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에 있다.
자칼과 센바공예사 사이에 바로 예술작품 -> '아를르캥과 피에로'라는 작품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가 액자처럼 구성된다.
젊은 시절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위대한 화가 '니시나 조'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평론에 의한 예술적 가치가 어마하다.
한자와는 이 묘한 인수합병의 줄다리기에서 센바공예사가 지키고자하는 미술출판사로서의 '공정한 평론'의 가치에 집중하고 자칼에서 왜 센바공예사에만 집중하는지의 이유를 마치 탐정처럼 파고들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에서 두번째로 재미난 포인트인 '추리극'이 시작되는 요소이다.
한자와는 '니시나 조'와 그의 작품 '아를르캥과 피에로'를 추적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은행원의 업무로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한자와의 '은행원이면서 동시에 탐정'과도 같은 모습을 느껴보는게 큰 재미의 포인트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재미난 포인트는 역시 이케이도 준 작품의 전매특허인 '사이다식 정의구현'에 있다.
'변두리 로켓'을 비롯한 작가 이케이도 준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지만, 한자와 나오키라는 작품 또한 '선과 악'이 뚜렷한데서 오는 사이다식 정의구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조직내에서 오로지 출세를 위해 주변을 '도구' 로만 생각하는 부조리한 인간들에게는 성선설을 따르며 철저하게 응징하는 사이다식 정의구현은 이번 작품에도 통쾌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선과 악'에 대해서 비틀어 생각할 수 있게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또 재미난 부분이다.
바로 '아를르캥과 피에로'에 숨어있는 -> '진위'가 그러하다.
젊은 시절에 자살한 현대예술의 거장과 그의 작품에 숨어있는 그 '진위'를 알게되었을때 작품 속의 한자와는 물론 독자인 나 역시도 '선과 악'에 대해서 그 '행위적 의도'에 대한 부분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조영남'의 '대작'이 논란이 된 사례가 있었다. 그 사례가 보도될때 '대작'이라는 행위는 미술계의 '관례'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 논란은 이제는 잘 언급되지도 않는다.
과연 그당시 그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그것을 조영남 이라는 사람이 가진 '유명세'와 연관지어 언급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은 이런말을 남겼다. ->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열렬히 박수쳐 줄 것이다.'
유명세는 돈이된다. 돈이되는 곳에 투자자가 꼬인다. 유명세가 휘청이면, 돈의 가치도 함께 반응한다. (이것이 예술의 가치와도 동일시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부분이지만...)
이처럼 예술의 세계는 재미난 구석이 많다. 여기에서 바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게되며 때때로 -> '선과 악'의 기준마저도 모호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이 모호한 지점을 이번 작품에서 작가 '이케이도 준'은 '사람의 관계'를 통해서 아주 세밀하게 다루어냈다.
이런 모호함을 주인공 한자와가 어떻게 처리했는가?... 를 느껴보는건 직접 이 작품을 읽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독자인 나는 이번에도 마지막 말을 이렇게 하고자한자.
-> "한자와 나오키, 이번에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