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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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인 저자는 정신의학자로서 오랜 기간 진료를 하다가 집권당이 민주당인지 공화당인지에 따라 자살률, 살인률이 좌우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통계학자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조사를 하니 집권당에 따라 실업률, 경제성장률, 복지정책이 크게 달라지며 자살률과 살인률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당이 집권했을 때의 공과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시기가 좋지 않으면 집권당의 노력이 성과로서 빛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그 와중에 여러 통계수치로서 어떻게 가늠할지 알려줍니다. 실업률이 자살과 살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찬찬이 설명했습니다. 책 후반부 들어서는 통계 근거 언급이 사라지는데 말미에 다시 정리를 합니다. 

더불어 수치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 감정이 특정 세력에게 악용 당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발등을 찍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동정 받을 바에야 먼저 악행을 저지르며 이웃을 밟고 서겠다는 약한 마음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아내와 자식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 모두 죽이고 자신은 '자살에 실패'하는 범행 사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흔합니다. 수치를 느끼게 하는 대상이 사라졌으니 자살에 성공할 이유가 사라지는 모양입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집니다. 남을 밟고 서겠다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범죄의 대리자 대통령이 나옵니다.

인간은 상부상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건만, 어쩌다 진화를 거스르며 같은 사회 구성원, 다시 말해 이웃을 억압하는 반동이 인간 세상을 이리도 엄혹한 아수라장으로 전락하게 하는 걸까요. 한탄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 수치라는 감정에 매몰되어 악용 당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참여했던 교도소 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사 학위를 딴 죄수들은 재범률이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서는 안 되지만, 보복과 수치가 엉킨 감정을 벗어나야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통계를 언급하면 시작하는 책이지만 그랬다가는 널리 읽히지 못할 테니 읽기 어렵지 않게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들며 풀어냅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 정치 얘기가 많이 나와서 몰입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만 어찌 보면 더 객관적으로 보게 돕기도 하겠습니다. 경제 지표에 대해서도 좀 답답합니다.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도 대대로 국민총생산 같이 성적표로 쓰이는 몇 가지 유명한 지표들은 엄청나게 관리하는 중입니다. 기성언론은 수치 이면의 의미를 끄집어 내어 평가해야 하는데 영 편향적이라 들을 만할 이야기를 통 하지 않아 왔습니다. 답답한 형국입니다.

한두 가지 지표로 정권을 평가하지는 못합니다. 저자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지표를 든 데에는 왜곡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어서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자와 동료는 데이터를 정제하며 가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조사가 가능할까요? 현재 수준으로 당장은 힘듭니다. 이 책 초판이 나온지가 2011년이고 한국에서는 절판과 재판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한국 정부는 관피아를 이기지 못하거나 악용하며 뭉뚱그린 소계 데이터나 찔끔 찔끔 내놓지 제대로 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떳떳하다면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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