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 우리 삶과 사회 깊숙이 침투한 알고리즘의 내면을 성찰하다
에드 핀 지음, 이로운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참 특이한 책이구나 하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코딩은 하지만 개발자라고 불리지는 못할 업무를 지속하면서 알고리즘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가던 형국이라 골랐던 책인데, 예상보다 심오한 주제가 많이 나옵니다. IT 업계에서 한 때 guru라는 어휘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문화랄까요?


그렇다 해도 이 책은 개발자만 대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알고리즘의 배경부터 부수효과까지 폭넓게 다루므로, 개발업무에 익숙하지 못한 IT 업무 종사자에게 유용합니다. 개발자에게는 코드를 잠시 벗어나 업무의 당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겁니다. 나아가 코드 자체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프라까지 언급하기에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알고리즘의 범위를 넓혀서 이야기하는데, 2019년을 기준으로 보니 동감하게 되었습니다.


서문이 참 긴 편입니다. 이 분위기가 책 종장까지 이어집니다. 서문의 끝 부분에는 '책의 구성'에 대한 설명도 분량이 좀 됩니다. 저자가 생각해도 이 정도 안내는 있어야 독자가 놀라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을 법합니다.


1장 '알고리즘을 아는가'는 저 같은 사람은 책을 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스노 크래시> 인용은 제게 생경하기만 했으며 사설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거대하기만 한 컴퓨터 세계를 이해하고픈 이에게는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 아는 얘기 같거나 진도가 영 나가지 못하면 그냥 넘겨도 좋은 장이라고 봅니다.


2장 '스타 트렉 컴퓨터 구축'은 역시 트레키가 아닌 저로서는 1장에서 좀 시달렸다가 이제는 또 스타 트렉인가 냉소했습니다만, Siri 얘기가 먼저 나와서 평정을 찾았습니다. 애플이 인수하기 전부터 이후의 발전 및 변천사는 흥미로웠습니다. 이후에는 온톨로지 얘기가 한참 나옵니다만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면 숙독하는 게 좋겠습니다. 2장 이후에도 온톨로지 개념을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확장한 알고리즘 세계에서는 논리를 코드로만 구성하지 않고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3장 '하우스 오브 카드: 추상화의 미학'은 이미 널리 알려진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을 보다 자세히 설명합니다. 특히 협업 필터링 기법의 대표격으로만 여겨진 넷플릭스가 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썼다는 사실은 이미 접하여 알고 있었던 터이지만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4장 '카우 클리커 코딩: 알고리즘이 하는 일'은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눈을 의심할 만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HFT(High Frequency Trading, 극초단타매매)가 저 심심한 정의에 비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덤덤하게 기술합니다.


5장 '비트코인 헤아리기'는 그야말로 알고리즘이 본때를 단단히 보인 사례가 나옵니다.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블럭체인 기술과 파급효과를 다룹니다. 저자는 아비트리지가 콘텐츠를 압도하는 시대를 논했습니다. 4장에서 이어지는 논리로서 앞으로 알고리즘을 다루면서도 알고리즘에 영향 받을 우리가 알아 둬야 할 현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은 책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저자는 알고리즘이 다루는 범위를 확장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고, 책 여기 저기에서 인공지능, 머신러닝도 중요시 했습니다. 그런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Geek 한두 명이 알고리즘을 짜서 세상을 뒤흔드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이 대변혁 시점에서 방향을 하나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독자가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했다고 봅니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알고리즘이 조만간 나올 텐데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요? 저자가 그랬듯이 우리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덧. 알고리'즘'보다는 알고리'듬'이라고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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