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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 내 안의 의사를 깨우는 마을주치의들의 건강 길찾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의사 34인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16년 9월
평점 :
의사가운에 가려진 셔츠색깔을 보는 느낌
의료진은 의사가운 색깔처럼 하나같이 엄숙한 시각으로 환자를 대할 줄 알았는데
의사도 사람인지라, 이책의 공동저자인 34인이 각자 다양한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의사가운 속에 입은 셔츠색깔이 모두 다른것처럼.
의사의 어머니가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여 약을 쌓아둔다는 얘기나
의사도 자주 아프고, 심지어 술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큰병원 소개시켜줬는데, 수백만원 검사비가 나오자 단골환자분이 전화로 화를 내더란 얘기에선, 의료진에게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생활인이구나
요양병원과 유치원이 같이있는 골목에선 아이들이 매일아침 노인들에게 인사만 해도 인생의 시간을 배우는 어린이로 성장한다는 얘기나
성전환수술한 자식을 인정하지 못한 엄마가 의사에게 억지 상담하며 울먹이는 얘기에선 의사의 치료대상은 신체질병에 머물지않고 더 넓은 영역에까지 뻗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이책의 제목인 생활처방전이란 무엇일까?
책의 한 칼럼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은 없으니, 자기 체질에 맞는 처방전이 생활처방전일까?
마음이 어긋난 부부생활로 건강까지 악화되다가 서로 마음이 풀리자 치료와 회복의 계기가 생겼다니 화목한마음을 먼저 갖게 하는걸까?
내 똥꼬가 이렇게 아픈데, 의사선생님은 어뗘?라는 농부의 질문에 저도 똥꼬가 아파서 고생좀 했지요라는 대답같은 소통일까?
급한통증엔 냉찜질하고, 만성통증엔 온찜질하라는 친절하고 이해하기쉬운 설명일까?
치매환자에게 성경구절암기 숙제를 내거나, 축농증 어린이에게 레몬차 냄새맡기 게임을 제시하여 약물의존에서 벗어나게하는 생활과제일까?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으로 알고 있었는데, 첨단촬영장비나 최신치료제도입같은 하드웨어 측면만 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아스팔트와 아파트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게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산으로 강으로 둘레길을 걷고 흙을 밟으려 앞장서는 것 아니겠는가?
촬영장비와 최신저널이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환자와 소통으로 채울 수 있다면, 의사에겐 환자와의 대화가 바로 둘레길이 되는거고, 환자 또한 무조건 참을것을 요구당하는 지금의 역할에서 환자도 적극적인 치료주체로 의사개진을 인정받는다면, 질병은 무조건 비극이 아니라, 생로병사의 한부분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통까지 살아움직이는 진찰실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가깝지 않다. 이 책을 쓴 의료생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그 시작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