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에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 미대륙 5200km 마라톤 횡단기
강명구 지음 / 동아E&D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강명구님(인터넷 닉네임 소리가나님)은 미국LA-NY횡단 후로 네팔지원 달리기도하고 한국에서도 몇번 더 종주하고, 유라시아 종주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들어서, 달리기 모임에서 만났을 때 물었습니다. 소리가나님이 하는건 울트라마라톤은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울트라마라톤은 잠자는시간, 밥먹는시간까지 포기하며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야하는거지만, 본인은 시간제약은 없다고 하네요. 하루에 대략40-50키로 뛰지만, 빨리 뛰는걸 중요시하지않으니 42km마라톤과도 다르다. 그럼 뭔가요? ~음 순례 마라톤?이랄까 뭐라 하셨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책을 읽어보면 하루에 40km전후 달린다. 6분주면 4시간 걸리겠지만, 이보다는 두배가까이 시간이 걸리는듯하다. 느려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며칠분식량과 침낭을 담은 70kg무게의 유모차를 끌어야하고, 산이 나오면 산을넘고, 물이나오면 발도 좀 담궜다가고, 고속도로 트레일러도 피하고, 야생동물도 피하고, 무엇보다 중간 중간 밥을 해먹으면서 가야한다. 빨리가는게 목적이 아니다. 그럼 뭐가 목적이지? 


    확인되지 않은길, 남들이 안가본 길에서 도전의식을 느끼는게 소리가나님 달리기의 특징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고 사막을 넘거나 산맥을 뛰어오르는 오지마라톤?과도 또 다릅니다. 책에서 소리가나님을 막아서는건 사막뿐만아닙니다. 고속도로 트레일러, 경찰, 시장이기주의까지 포함됩니다. 사막의 장벽보다 문명의 장벽을 넘는걸 책은 더 중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20킬로 넘게 달리는 고속도로 트레일러 사이로 비틀비틀 뛰어가는 낫선 이웃에게 물한잔 건내고 싶어하는 이웃들을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된걸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유라시아종주(네덜란드-동유럽-중동-중국-서울?)도 조금 이해될 듯합니다. 유럽에서 오려면 중동을 넘어야하는데, 사막뿐만 아니라 이슬람문명의 장벽까지 넘어야하고, 전쟁 화약고지대를 지나서, 중국에 들어와도 중국서부,북부라는 치안소요사태가 가장 빈번한 지역을 넘어야합니다. 또한 저자가 지적하는 잔인한 자본주의가 미국보다 더 뜨겁게 익어가고 있는 곳이 중국이고, 거길 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문명횡단 마라톤 명칭이 어울릴 듯한데, 생각해보니 마라톤 태생도 아테네라는 유럽문명과 페르시아란 중동문명의 충돌에서 생겼으니 교집합이 있는듯합니다.


    그렇다면 빨리 뛰는게 뒷전인건 이해가 될듯합니다. 책에서 비슷한 말이 보입니다[이번 여행은 사각형으로 쪼개지고 등급으로 나뉘는 것에 대한 반란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곡선의 시간을 즐기면서 내 안으로 휘돌아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본인은 남들이 안가본 길이라서 가는건데, 주변에선 안가본 길은 위험하니 가지말라고 하니, 소통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에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하듯이 서로 다른 걱정과 격려를 해준다.] 나도 중국 서부 북부는 매우 위험하다고 반대한것같은데, 걱정 메뉴판에 내 이름도 있나 모르겠네요.



    책에는 달리기 속도향상 노하우 관한건 거의 없지만, 부상과 피로에 대처할 수 있는 생명력과 자연치유력에 대한 내용은 많고,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바위처럼 무거운 피로도 잠깐의 쪽잠으로 충분히 회복되고, 쉴때는 무조건 신발과 양말 벗고, 찬물에 담그거나 얼음찜질이면 금상첨화란 팁은 유용할 듯. 한 단계 더 나아가, 로키산맥 중턱에서 다리 부상으로 포기상황으로 뛰기는 커녕 걷지도 못할때, 거리절반, 속도절반으로 운동량은 줄이지만 계속 움직였을때 자연치유되어, 십여일후에는 아무런 현대치료없이도 완전정상이 되었다는 점은, 나같이 덩치가 커서 부상이 잦은 런너에게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습니다. 


    마라톤 훈련이론은 없지만, 런너의 정신력을 향상시켜줄 문장은 자주 나옵니다. 마라톤 잠언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도있고, 마라톤 하는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유며도 있어서, 아래 인상깊었던 문장을 적는것으로, 책의 깊은 내용을(책에는 인생과 문명, 미국과 아시아아 등 더 많은 얘기가 나옵니다) 다 파악하지 못한채 독후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마라톤 잠언?>

-이 광대한 세상에 점처럼 작은 내가, 그보다 더 작은 보폭으로 저쪽 땅 끝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내 달리는 발검음이 사막을 안마해서 사막에서 내가 생기를 얻었듯이 사막도 생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아내가 준 차와 커피는 버려야했다. 그 대신 빵과 음식을 더 샀다. 책과 커피는 낭만이고, 물과 빵은 생명이다.


<마라톤 유머?>

-사람이 살면서 죽음과 세금을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언덕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신이 천지를 창조하고나서 다림질은 안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러닝팬츠와 셔츠로 중요한 부분만  살짝 가리고 아무것도 가지지않은 무소유의 세상에서 잡념과 스트레스를 벗어던지는 텅 빈 우주공간을의 시간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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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 내 안의 의사를 깨우는 마을주치의들의 건강 길찾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의사 34인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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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운에 가려진 셔츠색깔을 보는 느낌



의료진은 의사가운 색깔처럼 하나같이 엄숙한 시각으로 환자를 대할 줄 알았는데

의사도 사람인지라, 이책의 공동저자인 34인이 각자 다양한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의사가운 속에 입은 셔츠색깔이 모두 다른것처럼. 


의사의 어머니가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여 약을 쌓아둔다는 얘기나

의사도 자주 아프고, 심지어 술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큰병원 소개시켜줬는데, 수백만원 검사비가 나오자 단골환자분이 전화로 화를 내더란 얘기에선, 의료진에게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생활인이구나


요양병원과 유치원이 같이있는 골목에선 아이들이 매일아침 노인들에게 인사만 해도 인생의 시간을 배우는 어린이로 성장한다는 얘기나

성전환수술한 자식을 인정하지 못한 엄마가 의사에게 억지 상담하며 울먹이는 얘기에선 의사의 치료대상은 신체질병에 머물지않고 더 넓은 영역에까지 뻗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이책의 제목인 생활처방전이란 무엇일까?

책의 한 칼럼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은 없으니, 자기 체질에 맞는 처방전이 생활처방전일까?

마음이 어긋난 부부생활로 건강까지 악화되다가 서로 마음이 풀리자 치료와 회복의 계기가 생겼다니 화목한마음을 먼저 갖게 하는걸까?

내 똥꼬가 이렇게 아픈데, 의사선생님은 어뗘?라는 농부의 질문에 저도 똥꼬가 아파서 고생좀 했지요라는 대답같은 소통일까?

급한통증엔 냉찜질하고, 만성통증엔 온찜질하라는 친절하고 이해하기쉬운 설명일까?

치매환자에게 성경구절암기 숙제를 내거나, 축농증 어린이에게 레몬차 냄새맡기 게임을 제시하여 약물의존에서 벗어나게하는 생활과제일까?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으로 알고 있었는데, 첨단촬영장비나 최신치료제도입같은 하드웨어 측면만 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아스팔트와 아파트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게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산으로 강으로 둘레길을 걷고 흙을 밟으려 앞장서는 것 아니겠는가?

촬영장비와 최신저널이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환자와 소통으로 채울 수 있다면, 의사에겐 환자와의 대화가 바로 둘레길이 되는거고, 환자 또한 무조건 참을것을 요구당하는 지금의 역할에서 환자도 적극적인 치료주체로 의사개진을 인정받는다면, 질병은 무조건 비극이 아니라, 생로병사의 한부분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통까지 살아움직이는 진찰실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가깝지 않다. 이 책을 쓴 의료생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그 시작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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