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런 말로 편지를 끝맺었지. ˝영광의 좌대 위에 올라서 있지 않은 당신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아. 다음에 당신이 다시 병들면 난 즉시 당신을 떠날 거야.˝ 아! 이 얼마나 조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말인지! 상상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니! 어쩌다 심성이 이리도 야멸치고 이리도 천박해졌는지! ˝영광의 좌대 위에 올라서 있지 않은 당신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아. 다음에 당신이 다시 병들면 난 즉시 당신을 떠날 거야.˝ 지금까지 거쳐온 여러 교도소의 끔찍하고 고독한 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그 말이 얼마나 수시로 내 기억을 괴롭혔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나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그 말을 곱씹어보았어. 그리고 그 말 속에 그동안 당신이 내게 보여주었던 기이한 침묵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길 바라지만. 당신을 간호하다가 병이 옮아 열이 나고 아팠던 내게 그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그 천박함과 치졸함만으로도 충분히 역겨운 행위야.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다른 이에게 그런 편지를 쓴다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 존재한다면-죄악인 거야.
당신 편지를 다 읽고 나자 난 나 자신이 타락한 느낌이 들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3~74쪽.

나는 당연히 당신에게서 어떤 변명을 들을지, 당신이 어떤 식으로 내게 용서를 구할지 기대하고 있었지. 당신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건 내가 언제나 당신을 용서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 마음속의 그 절대적인 믿음이 바로 당신에게서 내가 언제나 가장 좋아했던 것이고, 어쩌면 당신의 가장 좋은 점일지도 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9~60쪽.

난 당신한테 알아듣게 얘기했지. 우린 서로의 삶을 망치고 있고, 당신은 내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으며, 난 당신을 전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결별만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하게 이성적이고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8~59쪽.

물론 나는 당신을 진작 떼어냈어야 했어. 옷에 붙어서 몸을 찌르는 벌레를 떼어내듯 당신을 내 삶에서 몰아냈어야 했던 거야. (•••) 하지만 내 잘못은 당신과 헤어지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과 너무 자주 헤어졌다는 거야. 내 기억으로는, 난 석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당신과의 관계를 끝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3쪽.

나는 사랑의 기운이 없이는 살 수 없어.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야.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지. 사람들이... 비난하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게. 그는 내게 사랑을 선물해주었다고. 외로움과 오욕 속에서, 끔찍한 속물세계와 석 달간 치열하게 싸운 끝에 난 자연스럽게 그에게 돌아갔던 거야. 물론 나는 종종 불행할 거야. 하지만 난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네. 그가 내 삶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이 그를 사랑하게 만든 거야._<심연으로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