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런 말로 편지를 끝맺었지. ˝영광의 좌대 위에 올라서 있지 않은 당신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아. 다음에 당신이 다시 병들면 난 즉시 당신을 떠날 거야.˝ 아! 이 얼마나 조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말인지! 상상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니! 어쩌다 심성이 이리도 야멸치고 이리도 천박해졌는지! ˝영광의 좌대 위에 올라서 있지 않은 당신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아. 다음에 당신이 다시 병들면 난 즉시 당신을 떠날 거야.˝ 지금까지 거쳐온 여러 교도소의 끔찍하고 고독한 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그 말이 얼마나 수시로 내 기억을 괴롭혔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나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그 말을 곱씹어보았어. 그리고 그 말 속에 그동안 당신이 내게 보여주었던 기이한 침묵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길 바라지만. 당신을 간호하다가 병이 옮아 열이 나고 아팠던 내게 그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그 천박함과 치졸함만으로도 충분히 역겨운 행위야.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다른 이에게 그런 편지를 쓴다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 존재한다면-죄악인 거야.
당신 편지를 다 읽고 나자 난 나 자신이 타락한 느낌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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