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동틀녘에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먼동이 트기 전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만나기 시작한다. 드문 행인들 틈에서
불현듯 자신이 외롭고 졸린다는 걸 깨닫는다—
각자 외로이 꾸벅꾸벅 꿈을 꾸다가—
새벽녘에서야 눈이 번쩍 뜨인다.
아침이 오면 우리는 깜짝 놀라
비로소 시작되는 노동에 매달린다.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않고 졸리지도 않으며,
침착하게 하루의 생각을 하다가
미소에 젖는다. 다시 떠오른 태양 아래
우리는 모두 확신에 찬다. 하지만 때로는
희미한 생각 하나—냉소—가 불현듯 우리를 사로잡고
우리는 태양이 떠오르기 전처럼 사방을 둘러본다.
투명한 도시는 노동과 냉소를 구경한다.
아무것도 아침을 방해하지 않는다. 아침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우리는 노동에서 고개를 들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도망친 소년들은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누군가 달려가기도 한다.
_<규범> 중에서, 86쪽

도시에서 우리는 잠시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_<규범> 중에서,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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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Paper 2015.7
페이퍼 편집부 엮음 / 페이퍼(월간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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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 사회에 존재하는데, 아무도 그 사람의 심정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_김보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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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Paper 2015.7
페이퍼 편집부 엮음 / 페이퍼(월간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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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투명인간들이 있잖아요. 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고, 웬만하면 모른 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자꾸 보여요.˝ _김보통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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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Paper 2015.7
페이퍼 편집부 엮음 / 페이퍼(월간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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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색채, 간결한 그림, 담담한 어조 속에서 김보통은 순간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에게서도 받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위로의 순간으로 도약하곤 했다.˝
_월간PAPER 2015년 7월호 김보통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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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쪽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유일한 사람들은 예술가들과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과,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내게 아무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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