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동틀녘에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먼동이 트기 전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만나기 시작한다. 드문 행인들 틈에서
불현듯 자신이 외롭고 졸린다는 걸 깨닫는다—
각자 외로이 꾸벅꾸벅 꿈을 꾸다가—
새벽녘에서야 눈이 번쩍 뜨인다.
아침이 오면 우리는 깜짝 놀라
비로소 시작되는 노동에 매달린다.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않고 졸리지도 않으며,
침착하게 하루의 생각을 하다가
미소에 젖는다. 다시 떠오른 태양 아래
우리는 모두 확신에 찬다. 하지만 때로는
희미한 생각 하나—냉소—가 불현듯 우리를 사로잡고
우리는 태양이 떠오르기 전처럼 사방을 둘러본다.
투명한 도시는 노동과 냉소를 구경한다.
아무것도 아침을 방해하지 않는다. 아침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우리는 노동에서 고개를 들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도망친 소년들은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누군가 달려가기도 한다.
_<규범> 중에서, 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