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의 전직 연극배우이자 극작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대에 작품이 오를 때마다 언론에 종종 언급되던, 사회성 짙은 작품을 쓰고 가끔 연출가로도 활동했던 남자. 하지만 그는 상시적인 우울과 불안에 시달려야 했으며, 오랫동안 일념을 유지하며 매달려왔던 일이 자기 한 몸조차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수치심과 환멸감을 느꼈다. 당시 그는 악마에 홀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다 어떤 여배우와의 불가해하고 열광적이었던 사랑이 끝난 뒤 닥쳐온 상실감과 결핍감이 그러한 감정을 더욱 부추겼다. 온갖 주체할 수 없는 정념과 변덕스러운 충동과 집요한 탐닉이 휩쓸고 지나간 뒤, 그는 갑자기 이별을 경험했고 그로부터 맹목적인 분노와 자기파괴 충동에 시달렸다.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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