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당신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없고, 우리가 오래 살거나, 당신이 나를 불안에서 해방시켜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나는 모르는 사이에 당신을 파괴하고, 당신의 꿈과 시간과 기쁨을 희생시켜 내 살과 피로 바꿔놓고는 철면피처럼 계속 같이 있어줘, 라는 말을 던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방은 초라해져가고, 우리는 함께 낡아가며 종종 서로 때문에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마음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나는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약간의 옳은 부분이라도 있기는 한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미숙하고 무능하게 당신을 좋아해왔습니다. 지금, 당신은 아직도 내 말을 듣고 있네요. 이런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할 수 없습니다. 계속 쓸 수밖에. 내일도 우리가 함께이고, 기적이 일어나서 내가 조금 더 건강한 사람이 되어,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당신을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_작가의 말 중에서 356~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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