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 소설 입문서라도 과언이 아닌 오쿠다 히데오의 책...

많은 사람들이 들어 봤음직한 "공중그네"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 대표 소설 작가이다. 사실 나같은 경우엔, 마음의 드는 작가의 책에 자꾸 손이 간다.

후속 작품이 기대만큼 썩 좋지 않았을 경우에도 "그래도...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찾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도 나에게 그런 작가들 중의 한 명이다.

세상의 단면들을 묘하게 비틀고 해악으로 꼬집어 내는 그의 문체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읽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한 적도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개인적인 마음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그의 신작 "나오미와 가나코"를 만났다.

어떤 내용인지 서평이나 책 소개 글도 읽어보지 않고 바로 읽어 내려간 "나오미오 가나코"

제목만 봐도 두 명의 여자들에게 뭔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500 페이지가 넘는 보기에도 꽤 두꺼운 책인데 술술 잘도 읽어내려가게 된다.

사족이지만, 이런 책은 카페나 휴양지에서 읽기에 제 격인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읽을 수록 어디선 가 본듯한, 생각해보니 예전에 본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배경과 원인, 모티브는 다르지만 두 여자의 남자(억압)를 향한 복수라는 면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 것 같다. 

 <1991년 두 여자의 이야기 영화 "델마와 루이스">

군림하려는 남편의 폭력 앞에서 나약할 수 밖에 없었던 가나코를 바라보는 나오미 역시 어릴 적 부친의 폭력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여자였다. 가정 내 폭력은 밖에서는 알기 어렵고, 알고 있다고 해서 섣불리 나서기가 더 어려운,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른 범죄들보다 심각해진 후에야 터져버리게 되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적령기에 적당한 상대를 찾아 결혼한 가나코 역시 현실이 되어버린 결혼생활과 경제적 구속 안에서 남편의 폭력에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준 동창 나오미는 어떻게 보면 가나코에겐 빛이자 어둠이었던 것 같다. 둘만의 계획을 실행시켜 가면서 오히려 침착하고 차분해지는 가나코...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나코가 억눌린 상태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남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 조금 더 합법적이고 논리적인 해결방법을 찾았으면 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닫는 그녀들에게서 통쾌함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새드 엔딩-라고는 쓰지만 그녀들은 분명 마지막 순간에도 행복했다고 믿고 있다-과는 조금 다른 결론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과 치밀하지 못한 보통 여자들의 한계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도 속 시원한 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소개나 줄거리를 먼저 접하지 않기를 바란다.

읽는 순간 빠져들어 버리게 되도록!! 결말 따위는 고민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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