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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받기 전에는 이별에 대한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 짧은 시와 글로 엮여진 사진첩에 더 가깝다.
특히, 남녀간의 벽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벽이나 창문 사진들이 가장 많다.
남녀간의 이야기를 세계 각국에서 찍은 사진들과 커피 같이 달콤쌉쌀한 느낌의 책이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읽어진다.
살면서 누구나 겪었을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수수께끼와 시 같은 이야기에도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다.
어릴 때의 풋사랑, 청춘 남녀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까지 그 어떤 형태의 사랑과 이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랑과 이별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사랑이 없으면 이별도 없다. 또 이별이 없으면 새로운 사랑도 없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사랑과 이별은 반복될 수록 더욱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것 같다.
쉽게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별 역시 쉽게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행처럼 남녀 간의 이별을 빗댄 이 책은 여행지에서도 읽은 만하다.
사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설레이는 경험과 짧은 여행 뒤에 헤어지는 이야기와도 어울리는 책이다.
카페에서 음악을 들고 커피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사랑의 의미와 이별의 느낌을 꼽씹으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읊조리는 노랫가사와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내 추억까지도 뒤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감성적인 느낌에 빠지고 싶을 때 이 책을 집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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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낯선
벽[壁]에서 너와 나를
만났어.”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고 사라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병,
그리고 너와 나의 다툼과
이별의 앤솔러지(anthology).
조금은 낯선,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 먼 여행지, 벽 앞에서
떠올린 ‘다툼과 이별’의 짧은 기록들
바람마저 사랑이 되는
그곳,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앞섰던 그곳에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연애는 시작됐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사진’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기 싫은 것, 감추고 싶은 것은 프레임 밖으로 밀어내면 되니까. 그러면 사진 속엔 남기고 싶은 것만
남는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으니까.
연애는 마치 ‘사진’
같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원하는 것만 담아놓으면 되니까.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이고, 다크 초콜릿의 쌉쌀한 맛도 달달하게 느껴지고,
바람마저도 사랑스럽다. 그러나 끝날 것 같지 않던 연애에도 끝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사진 속의 우리는 여전히 웃고 있지만, 그래서 즐거웠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잊고 있던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오해와 상처가 쌓여간다. 마치 ‘화성남자’와 ‘금성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와 그 사이에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 순간, 너에게서 답답한
벽을 느꼈다. 곧 그 벽은 더욱
단단해져만 갔다. 어쩌면 폭풍 같은 사랑에
눈이 멀어 보지 못했을 뿐, 처음부터 서로 너무
몰랐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짧은 ‘이별의
후일담’이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고 사라지는 열병의 끝자락에 선, 한 남녀가 서로 다른 여행 속에서 서로의 ‘차이’를 깨닫는
여정이다. 사람들은 헤어짐의 슬픔을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찾아 들으며 마음의 헛헛함을 채운다. 마치 영화 ‘연애의 온도’의 시작이 이별인
것처럼, 맥주와 티슈를 준비하고, 목 놓아 울고, 감정, 대사에 반응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을 털어내려 먼 곳으로 혼자만의
고독한 여행을 떠난다.
체코, 터키,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볼리비아... 이름도 낯선 땅에서, 낯선 이방인들과의 짧은 만남과 이별은 설레지만 아쉽다. 내일이면 아쉬운 만남에
끝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쩌면 한 남녀의 이별을 재촉하는 건, 오해도, 미움도 아닌 기대와
집착이다.
떨어져야 아름다운 꽃도
있다. 그래서 끝내야 아름다운
사랑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낯선 땅에서
만난 벽은 아담하고 아름답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막아버린 벽에 파릇한 나뭇잎이 돋는다. 씨앗을 심으면 꽃이 피고, 창을 내고
빛깔 있는 색을 칠하면 더 없이 예쁜 아담한 벽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 사이를 가로막는 건 벽이지만, 창을 내고 씨앗을 뿌리는 건 결국 그들의
몫이다.
떨어져야 아름다운 꽃도
있다. 그래서 끝내야 아름다운 사랑도 있다. 이별은 아프지만 그 이별이 우리에게 주는 쌉쌀함은 달달함을 더해주는 초콜릿 한 알의 쌉쌀함이다.
사랑할 때의 절실함을 깨닫게 해주니까. 사랑과 연애가 절실할 때는 그 끝을 인정할 때다. 매 순간 사랑하라는 것. 이 책에 담긴 150여 편의
사진과 글은 ‘다툼과 이별’을 다룬 이야기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 관계의 소중함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