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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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절망을 말하는 조정래의 작품은 읽는 내내 속이 아프다.

이 작품은 70년대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어 사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온전한 의미가 다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면 과거 우리 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싶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고 쇼킹했던 적이 있었다.

1950년대 상황에 대해 내가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태백산맥을 통해서 역사의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되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역시 조정래의 소설은 고교 필독도서로 알고 있다.

 

이 책은 2010년에 모의고사 출제작이라고도 한다.

시험에 나왔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감수성이 한참 예민할 시절에 접하게 되는 조정래의 소설은 그 만큼 많은 질문과 시대의식을 던져준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다는 이해하지 못해도 읽어봤으면 한다.

물론 우리 같은 성인들에게야 더욱 좋은 책이고 말이다.

 

외면하는 벽은 여러 개의 단편들이 엮여있는 책이다.

그래서 읽기에 훨씬 부담이 없다고나 할까?

태백산맥이나 아리랑 같은 책을 읽었을 때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었는데 말이다.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고통을 겪은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과연 부모 세대만의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반문하게 된다. 우리 역시 상황은 변했어도 같은 깊이의 같은 마음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지...

 

 

서로가 서로를 버리고 외면한 우리의 삶!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소설
고교 모의고사(2010년) 출제작 「외면하는 벽」 수록


“그래요? 그런 좋은 법이 있는 줄 왜 몰랐을까”

사상범으로 사로잡혀 암벽 감옥 안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자의 좌절,
굶주린 동생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묵인한 성적 고통의 결말,
믿을 둥지 없는 고아에 대한 학대와 가난, 절망 끝에 찾아온 새로운 절망……
급속한 근대화를 통과하며 겪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 그 흔적들!

시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예리한 시선, 매섭고 준엄한 글맛으로 1천 3백만 이상의 독자들을 감동시킨 작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소설화한 그의 청년시절 대표작들이 소설집『상실의 풍경』『어떤 솔거의 죽음』에 이어 출간된다. 새로이 출간되는『외면하는 벽』은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8개 작품을 수록한 것으로,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의 여섯 번째 책인 『마술의 손』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집의 개정판이다. 1970년에 등단해 올해로 집필 42년째를 맞은 작가가 청년시절의 문제의식과 고뇌를 보여주는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소통의 단절과 각박한 사회상, 전쟁이 남긴 혼혈의 아픔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사상범으로 붙들려 해도 들지 않는 암벽 감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자의 절망을 다룬 「비둘기」, 소매치기 생활과 소년원 체험 등등 부모와 함께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을 겪는 동호의 이야기인 「진화론」, 같은 고아원의 원생이었으나 입양된 덕에 착실하게 성장해 의사가 된 태섭과 유부남의 아이를 밴 채 아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희를 대조적으로 그리고 있는 「한, 그 그늘의 자리」, 이 땅에서 태어났음에도 한 번도 인간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혼혈아들의 고민과 갈등을 다룬 「미운 오리 새끼」가 시대가 빚어낸 아픔에 대해 청년작가의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면, 직장 동료인 미스 김의 자살을 통해 자본주의가 빚어낸 소통 단절의 상황을 조명하는「우리들의 흔적」, 근대화가 초래한 의사소통의 단절과 공동체적 전통의 붕괴를 그린 「외면하는 벽」, 자본주의와 국가 권력의 유착 관계를 어느 시골 마을에서의 귀신 소동에 빗대 비꼬고 있는 감칠맛 나는 「두 개의 얼굴」은 산업화로 인한 인간 소멸과 갈등을 예견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평론가 하정일은,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농촌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과정을 다룬 「마술의 손」에 대해 “근대화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공동체적 전통을 일깨움으로써 자본주의적 근대의 가장 깊은 그늘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라 평한 바 있다. 30여 년 전 조정래 작가가 고심했던 시대적 가치가 지금도 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회 발전과 깊이 연관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까닭에『외면하는 벽』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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