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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조한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사람들은 역사 속에 기록된 사실의 이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인 조한욱씨가 한겨레 신문 칼럼으로 쓴 것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단편적이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 한동안 우리를 도살의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사태라든가, 디자인 서울의 이면에 숨어있는 위선과 기만이라든가
우리가 평소에 뭔지 모르겠지만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44가지의 사건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숨겨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느끼게 된다.
개인과 개인사이에서도 음모와 음해, 오해들이 가득한데 정부가, 기업이 하는 일들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음모가 있을까?
그 안을 파헤져보고 싶으나 두려움이 앞서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일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하지만 엄청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나꼼수"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은 어떤가?!
당대에 받는 조명보다는 다른 모습으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흔지 말하는 일급비밀이지만 후대에게는 단지 사회지배층의 위선과 탐욕으로 기록되기도 할 일들...
우리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가장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지금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장의 일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슬픈 일로 기록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서양 역사 속에서 발견한 우리 사회의 44가지 부조리
2010년 11월부터 『한겨레신문』에 ‘조한욱과 서양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들에 살을 붙여 펴낸 이 책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역사 속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무지와 몽매, 불관용과 무자비의 모습을 고발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서양 역사의 에피소드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의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여러 방편들 중 하나다.
조르주외젠 오스만의 파리 재건축 에피소드는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의 이면에 있는 ‘위선과 기만’을, 살라미스 해전에 참전한 아르테미시아 이야기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대하는 합동조사단의 ‘모순’과 정부의 ‘다른 의도’를, 나폴레옹의 조카라는 이유로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 3세의 모습은 헌정 파괴를 자행한 대통령의 딸을 유력한 대권후보로 지지하는 우리 사회의 ‘몽매’를, 우리가 자각하도록 해주는 수단인 셈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이와 같은 44가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좀더 우리 사회의 현실과 현상, 그 이면의 모습을 직시하고, 더 나아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지금의 다양한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한다.
▶ 보이지 않아서 더 위험한 ‘이성의 야만’
저자는 서양의 역사에 비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야만’이라 이야기한다. 그 야만은, 저자가 인용한 이탈리아의 사상가 잠바티스타 비코의 표현대로, “물리적 폭력과 거친 감정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감각의 야만’이 아닌 “겉으로는 부드러운 말과 함께 포옹을 하면서 뒤에서는 친구와 친지들의 삶과 운명에 관한 음모를 꾸미는” ‘이성의 야만’에 가깝다.
“쉽게 눈에 띄어서 방어하거나 도피할 수 있는” 감각의 야만에 비해 이성의 야만은 “말과 사물이 일치하지 않는 반어법, 즉 아이러니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보이지 않으며, 그래서 더 위험하다.”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되어 잘 보이지 않는 ‘이성의 야만’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이성의 야만’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서양의 사례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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