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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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새롭게 개작한 조정래의 "황토"를 읽었다.

학창시절에 읽은 "태백산맥"과 "아이랑"의 묵직한 시대 의식을 반영한 소설이었다.

조정래의 글에는 가볍고 명랑한 요즘 소설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정말 글을 읽었구나, 책을 읽었구나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한다. 외면하고 싶은 내용들을 읽으면서 괴롭지만 시대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내가 겪지 못했던 시대와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현대사 공부도 된다.

 

조선 후기부터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던 우리 나라다.

"조선후기-대한제국-일제강점기-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에서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던 적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 시기에 나라의 운명보다 개인의 운명이 더 풍전등화 같았을 것이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서 끝없이 좌절하고 죽어갔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1970년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탈진 음지"이다.

이 소설 역시 1973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니 작가의 시대의식과 고발이 담겨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중편이었던 소설을 이번에 장편으로 개작하여 다시 출간하였는데 나에게는 예전 글보다 훨씬 더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의 생각을 느끼기엔 개작된 이 글이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

200여 매의 원고를 새롭게 집필하고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그 이유를 알겠다.

 

우리 부모 세대를 가장 불쌍한 세대라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많은 고생으로 가정과 나라를 짊어지고 갔지만 이젠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세대라고 말이다.

격변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에서 애잔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구나 가난하고 못 살았던 시대라고 덮어버리기엔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부모 세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비탈진 음지"

그냥 시시껄렁한 킬링 타임용 소설에 질렸다면 강력추천하는 책이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니 말이다.

 



 새롭게 장편소설로 다시 태어난 조정래 작가의 <비탈진 음지>. 1973년 처음 발표되었으며, 1999년도 '조정래문학전집'(전9권) 네 번째 책 <비탈진 음지>에 '황토'와 함께 수록 출간되었던 이 작품은, 발표 당시부터 장편적 중량감을 지닌 중편이자 조정래의 문학관과 역사관을 압축한 작품으로 일컬어지며 평단의 관심을 받았었다.
작가는 2010년부터 초창기 작품의 개정판 출간작업을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비탈진 음지'와 '황토'를 재조명하며 기존의 중편을 장편으로 개작해 냈다. 200여 매에 이르는 원고를 새롭게 집필하고 문장을 하나하나 다듬은 작가는, 40여 전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느끼며 소설가로서 사회의 통증을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을 다시 한 번 토로한다.
1970년대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뜻하지 않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 야반도주해 칼갈이로 생계를 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남의 소를 몰래 팔아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복천은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살아보려고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생계와 자식들을 위해 해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발길질과 뭇매만을 맞으며 벽에 부딪힌다.
조정래 작가는 복천 영감의 삶뿐 아니라 그가 만난 떡장수 아줌마, 식모 아가씨, 복권 파는 소녀 그리고 그에게 시련을 안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갑작스럽게 닥친 사회변화로 인해 사회의 빈민으로 전락한 채 밑바닥을 전전하면서도 살아야했기에 생을 포기하지 못한 40여 년 전 우리 부모 세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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