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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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이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PD출신 국어선생님은 중간고사 시험범위를 교과서에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논리학"을 추가하셨다.

교과서는 수업 시간에 배웠다지만 "태백산맥"과 "논리학"은 오롯이 우리 개인의 몫이여서 시험 공부하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말고사 때는 마찬가지로 조정래의 "아리랑"도 시험범위였다.

그래서 우리 학년의 국어평균은 35점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그 와중에 난 81점과 79점으로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었다는...

 

하지만 그 괴짜 선생님 덕분에 태백산맥 10권과 아리랑 12권을 그 바쁜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경험은 지금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 조정래의 "황토"를 만난 건 나에게 그런 추억이 새록 떠오르게 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태백산맥과 아리랑도 그랬었는데 조정래의 소설은 아프다.

아픈 역사와 시대적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에 읽는 내내 정말 아프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덮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조정래만의 흡입력 있는 문체 덕분인 것 같다.

 

37년 만에 새롭게 장편소설로 출간되었다는 "황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정말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었다.

 

황토 역시 우리 아픈 역사를 모두 짊어진 개인사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모두 다른 세자식을 키우는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그건 우리의 근현대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서 아비가 다 다른 자식을 낳고 키우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손가락질 당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고 그럼에도 자식들을 버리지 않고 키워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서로에게 잔인할 만큼 차갑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로서의 인생 역시 헛되고 슬프다.

 

아픈 역사지만 겪어왔고, 그렇게 때문에 돌아봐야한다는 것이 조정래의 메세지인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꼭 읽어봐야하는 건 아마도 이 메세지 때문인 것 같다...

 

 



 37년 만에 장편소설로 재탄생한 ‘정본’'황토'를 만난다!


『황토』는 일제 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아비가 각기 다른 세 자식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어느 날 작은아들의 조난 소식 앞에 자신 역시 일본 순사의 씨이면서 파란 눈을 한 동생을 “인디언을 개 잡듯 한 살인자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멸시하는 큰아들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낀 주인공이 지나온 삶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를 위해 죽기보다 싫은 일본순사의 제안을 수락하여 아이까지 낳았고, 여자로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려는 찰나 좌(左)와 우(右)라는 이념의 덫에 쓰러졌으며, 선의를 가장한 미군에게 겁탈을 당하고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결국 모두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꿋꿋이 삶을 개척했지만, 자식들마저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외세와 이념에 짓밟혔던 현대사의 자화상”(임규찬, 문학평론가)이라고 평가받는 『황토』는 비극적인 역사가 가한 고통을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의 역사로, 우리의 근현대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주인공의 삶에 투영된 모순과 부조리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이번 개작의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모순을 좀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우리는 여전히 얼굴만 달리 했을 뿐, 이 소설 속에서 폭로하는 한국 사회가 가졌던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의 압력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새삼 국가와 역사란 무엇이며, 그 앞에 선 개인과 생(生)은 무엇인지, 그리고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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